"오늘은 텔레비전에서 계엄사령부대가 광주에서 대학생들을 앵긴 대로(닥치는 대로) 막 쳐서 죽인다고 한다. 갈수록 태산이군, 끔찍스러운 일이 있으니 참 기가 막힐 일도 많다. (중략) 광주에서 대학생 50명이 죽고 청년들도 무수하게 많이 죽고 그곳의 시민들도 죽고 한 천명이나 사람들이 죽었다고 한다."(1980년 5월 21일)
1980년 5월 경기 성남시에서 아들 이해학(69) 목사와 민주화, 빈민운동을 하던 한맹순(97)씨 귀에 들려온 5월의 광주는 참담했다. 내 아들처럼 소중한 누군가의 아들, 딸들이 군홧발에 짓밟혀 목숨을 잃는다고 했다. 광주의 비극이 깊게 각인된 한씨는 이후 해마다 5월이 되면 일기장에 종종 '광주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게 해 달라'며 광주를 위한 기도를 적었다.
유신헌법 철폐를 외치다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15년형을 받는 등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이 목사가 어머니 한씨의 40여 년 일기를 라는 제목의 책으로 냈다. 아들과 함께 한 한씨 반평생의 기록이자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기록이다.
이 목사는 "이 일기에는 어머님의 개인사와 가족사, 주민교회와 민주화운동, 통일운동의 주변이 묻어 있다"며 "밑바닥 삶을 살았던 한 여성이 이유도 의미도 모른 채 온몸으로 부딪혔던 사건들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비춰보자는 의미"라고 출판 의미를 설명했다.
이 목사의 말처럼, 일기장 곳곳에는 학교 교육 받아본 적 없는 한씨가 체험한 역사적 사건들이 투박하게 기록돼 있다. 한씨의 일기는 6월 민주항쟁에 대해 "민주화 이루어졌다고 다들 재미있게 지내는데 이한열이 최루탄에 맞아 죽어서 그 엄마가 얼마나 애통하며 슬플까. 이한열이 엄마를 생각할 때 내 마음도 아프다"로, 긴급조치 1호 위반은 "목사님들과 죄 없는 전도사(아들)가 구속되었다. 그리고 15년형이 내려졌다고 한다"로 기록하고 있다.
이 목사는 "어머니는 저와 함께 1973년 교회를 개척하고 빈민운동, 정치투쟁, 통일운동을 함께 했다"며 "일제시대에 태어나 해방과 6·25를 겪고 4·19를 맛본 후 또 다시 민주화 과정에서 공권력의 횡포에 시달린 어머니의 생애는 한마디로 한국사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의 출판기념식은 19일 오후 경기 성남시 주민교회에서 열린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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