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아브르'(EBS 밤 11시)는 2011년 칸영화제에서 국제영화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젊은 시절을 파리에서 보낸 마르셀 막스는 작가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이제는 프랑스 북부 항구도시 르 아브르에 정착해 구두닦이로 생계를 이어간다. 비록 경제적 여유는 없지만 아내 아를레티, 개 라이카와 함께 소박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평범한 그의 일상에 뜻밖의 사건 두 가지가 발생한다. 아내가 갑자기 병에 걸려 입원하고, 아프리카 난민 소년 이드리사를 우연히 알게 된다. 이드리사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마르셀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도록 소년을 집에 숨겨주고 다시 런던으로 떠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한다. 인정 많은 이웃들까지 이에 가세하여 이드리사는 마침내 바다를 무사히 건너고 아내도 기적처럼 완치되어 퇴원한다.
작품은 사람들의 선한 마음만으로 희망을 실현시키는 이상적인 세계를 그린다. 세속적 탐욕에 대한 경계심과 연대의식의 중요성을 은근한 방식으로 환기시킨다. 번잡하거나 다급해지지 않고 간결함과 느림을 유지하는 나른한 영상미와 리듬감이 인상적이다.
2011년작.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원제 'Le Havre'. 15세 이상.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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