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미국인 부부 교수가 한 대학 한 학부 교수로 임용돼 나란히 교편을 잡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고려대 미디어학부 티머시 르바인(51) 교수와 박희선(42ㆍ여) 교수. 두 사람은 올 초 전임교수로 임용돼 1학기부터 강의를 하고 있다. 고려대에 부부 교수는 이미 여럿 있었지만 같은 학과의 교수직을 맡은 것은 이들 부부가 최초다. 학교 관계자는 "두 교수 모두 커뮤니케이션 분야 전문가"라며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강의를 제공하기 위해 일찌감치 공을 들여 초청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1998년 박 교수가 석사 과정 공부를 위해 미국 하와이대로 진학하면서 지도교수와 제자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다. 2002년 결혼을 했으며, 지난 학기까지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함께 연구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평소 고국에서 강의하길 원했던 박 교수의 뜻에 따라 고려대로 오게 됐다. 르바인 교수도 "미국에서 정립한 이론이 다른 나라에서도 적용되는지 연구해 보고 싶다"며 선뜻 한국행에 동참했다.
르바인 교수는 '거짓말 탐지' 분야의 권위자로 잘 알려진 석학. 11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미국의 수사ㆍ안보 기관 등과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명성이 높다. 박 교수 역시 2008년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에서 '젊은 학자상'을 수상한 문화간 커뮤니케이션 분야 전문가로 9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2011년에는 부부가 함께 공저한 논문이 전미커뮤니케이션학회가 주는 '올해의 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주변 문화 환경과 관계없이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이는 사람들이 보이는 일정한 행동 패턴'이란 내용의 논문은 동료 학자들과 미국 수사기관 실무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르바인 교수는 2010년에도 '거짓말 탐지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주변 환경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라는 논문으로 같은 상을 수상했었다.
박 교수는 "남편과 함께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게 돼 행복하다"며 "열정적인 한국 학생들과의 생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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