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어 고용을 보장한 현대자동차 노사의 단체협약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울산지법은 지난 주 정년퇴직 후 폐암으로 사망한 황모씨 유족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고용의무이행 청구소송에서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유족을 업무능력 여부를 불문하고 고용토록 한 현대차 단협(제96조)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해당 단협 조항은 '회사는 조합원이 업무상 사망했거나 장해로 퇴직할 시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중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 6개월 이내 특별 채용하도록 한다'고 돼 있다.
이 판결이 주목 받는 이유는 최근 대기업 노조의 일자리 세습 요구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관련 단협 조항에 대한 첫 법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물론 산재 사망직원 등에 대한 특별대우를 규정한 조항에 한한 것이다. 그러나 "근로는 보호돼야 하나, 대를 이어 일자리를 보장하는 방식은 안 된다. … 평생 안정된 노동기회를 그들만의 합의로 분배해주는 일은 현재 우리사회가 동의할 수 있는 사회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결 취지는 적지 않은 함의를 갖는다.
아직은 확정판결이 아닌 데다 산재사망자에 국한한 사례라는 점에서 다툴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 정작 이번 판결로 사회적, 법적 정당성이 없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것은 근속자 자녀에 대한 고용세습 특혜다. 현대차는 신규채용 시 면접대상자의 25%를 장기근속 자녀로 하고, 가산점까지 주도록 하고 있다. 기아차 노사도 지난해 유사한 합의가 알려지면서 비정규직의 거센 반발과 함께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다.
현대차를 비롯한 대기업 노조는 규모와 처우, 사회적 영향력, 국가 경쟁력 등 여러 차원에서 볼 때 이미 단순한 개별기업 노조가 아니다. 고용불안과 청년실업의 암담한 현실에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무한이익만 추구하는 조합이기주의에만 갇혀선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럴 경우 노동운동의 정당성까지 훼손, 결국은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번 판결이 현대차 등 대기업 노조에 환골탈태의 각성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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