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광주시민들 "5월 정신 폄하에 분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광주시민들 "5월 정신 폄하에 분노"

입력
2013.05.17 11:22
0 0

5ㆍ18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식을 하루 앞두고 17일 오후 6시부터 광주 금남로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전야제의 분위기는 밝지 않았다. 그동안 많은 시민들이 대동세상을 외치던 전야제였지만 올해 5∙18의 의미를 폄하하는 여러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금남로에서 만난 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고 도를 넘는 종합편성채널의 5ㆍ18 왜곡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시와 5월단체, 광주지역 시민단체 등 310개 기관과 단체로 구성된 '임을 위한 행진곡 5ㆍ18 공식기념곡 추진대책위원회'는 광주시청에서 회의를 갖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않기로 한 전날 보훈처의 결정을 규탄했다. 대책위는 "보훈처의 옹졸하고 천박한 역사인식과 5월 정신의 폄하태도에 분노를 느낀다"며 보훈처장 사퇴를 촉구했다.

5월 단체와 5ㆍ18기념재단, 광주진보연대 등은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ㆍ18민주묘지에서 열릴 공식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행사장 입구 '민주의 문'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이기로 해 물리적 출동도 예상된다. 광주시의회도 의원 간담회를 갖고 전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일부 종합편성채널이 '북한 특수부대 개입설'을 보도하는 등 5ㆍ18 왜곡이 도를 넘는 것에 대해서도 사회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 정호범(43ㆍ광주 북구)씨는 "일부 종편이 5ㆍ18 왜곡 보도를 재방송까지 하면서 5월 영령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오재일 5ㆍ18기념재단 이사장은 "5ㆍ18 왜곡이 종편에서 공개적이고 노골적으로 나오는 상황을 방관하는 정부도 책임이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북한군 개입설은 5ㆍ18 직후부터 나오던 빛 바랜 주장이지만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며 힘을 얻은 극우세력이 다시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부 극우세력들의 퇴행적인 자가 발전"이라고 평가절하한 뒤 "이러한 주장이 국민적인 공론의 광장에는 절대로 나오지 못할 것이다. 만약 어떤 국회의원이 북한군 개입을 공식적으로 발언한다면 그 의원은 그날로 정치 생명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5ㆍ18 전공자인 김정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보수파의 발언권이 확대되며 민주화 바람이 거셌을 때는 하지 못했을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치열한 민주화 운동을 통해 쌓아온 역사적 평가를 다시 북한의 소행이라고 주장한다면 그동안의 민주화 과정을 무시하고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5∙18 폄하는 대학 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고려대 학생회가 교내에서 열고 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진전'의 전시 사진 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과 "북한에 의해 일어난 폭동"이라는 주장을 담은 사진 10여장이 붙는 일이 16일 있었다. 한승범 문과대 학생회장은 "서강대 부산대 등에서도 5∙18을 소개한 대자보가 찢기는 등 홍역을 앓고 있다"며 "1980년 5월 광주의 의미를 근거없이 폄하하고 표현의 자유가 훼손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