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그간 정부에 쌓였던 불만을 모두 쏟아냈다.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는 17일 개성공단 사태에 대처하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와 비밀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며 우리 정부와 북한 측이 논의했던 모든 사항을 즉시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협회 차원에서 정부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협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측이 3일 우리 기업인들의 방북과 물자반출 허용 의사를 밝혔음에도 정부는 왜 당사자인 기업인들에게 이 사실을 숨겼느냐"며 "14일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에 물자반출과 관련한 대화 제의를 지시했는데 대통령도 북측의 허용의사를 모르고 있었던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이어 "정부의 은폐 사실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16일 통일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입주기업인들은 더 이상 정부만 믿고 기다릴 수 없으며, 남북 정부 간 논의된 모든 사항을 즉시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정기섭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설비점검과 원부자재 반출을 위해 방북을 신청했지만 통일부는 방북 명단을 북측에 전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가 발표한 피해 지원대책도 전혀 실효성이 없다"며 "당장 매출이 0원으로 떨어진 입주기업에 대해 신용과 담보를 토대로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협회의 반발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섬유업체 A사 대표는 "정부가 지난달 25일 입주기업인들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북측에 '최후통첩'식 회담을 제의한 순간부터 정부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며 "그 후로도 정부 지원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했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기계설비업체 B사 대표 역시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의 '불통'에 입주업체들은 이미 불만을 넘어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을까 봐 그 동안 협회 차원의 대응을 삼갔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이상 참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는 입주기업들의 비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남북 정부 간 진행 중인 협상 내용은 절대 민간에 공개할 수 없다"며 "더욱이 이번 북측의 제안은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해 기업인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통일부 장관이 면담을 거절한 것에 대해서도 "장관이 당시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 중이었다"며 "대신 실무자가 입주기업인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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