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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전투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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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전투의 심리학

입력
2013.05.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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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격 앞으로!" 소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1분대의 엄호 하에 2, 3분대가 적의 진지로 몸을 날린다. 참호에서 맞닥뜨린 적과 백병전이 펼쳐진다. 소대원들은 소총 개머리판과 대검을 능숙하게 휘둘러 적을 제압한다. 긴박한 순간, 냉철한 판단과 본능적인 야수의 몸놀림…. 전쟁 영화에서 흔히 그려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에 관한 공식 연구서 에 따르면 참전 용사의 4분의 1이 바지에 오줌을, 8분의 1은 똥을 쌌다. 최전선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였던 병력만 따지면 약 50%가 오줌을, 25%가 똥을 싼 셈이다. 돌격 명령에 바지가 축축해진 병사들이 고약한 냄새를 풍기면서 전장을 누비는 모습을 누가 상상이나 해봤겠는가.

책이 서두부터 이토록 지저분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하나다. '똥 오줌 지리는 것은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다'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처럼 전투 상황을 정확하게 바라봄으로써 전투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이에 실패하면 병사들은 상당기간 심신이 쇠약하게 돼 정신적 사상자가 될 수밖에 없다. 2차 세계대전 중 미군의 정신적 사상자는 50만4,000명에 달했다. 무려 50개 사단을 편성할 수 있는 병력이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만 있다면 참전용사 대다수에서 나타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도 충분히 다스릴 수 있다는 게 미 육군사관학교 심리학과 교수를 지낸 저자 그로스먼의 주장이다. 전투는 물론, 각종 사건사고 후 모든 관계자들이 모여 그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고통을 나누는 '디브리핑'이 그 방법이다.

책은 전투를 준비하는 군인뿐 아니라 화재사고, 살인사건 등 극한 현장을 누비는 소방관과 경찰관들에게 도움이 될만하다. 다만 경찰국가를 자임한 미국의 군대를 팔라딘(의협적인 전사), 기사에 비유하며 정의롭게만 묘사하는 저자의 시각은 매우 불편하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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