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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농촌은 축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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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농촌은 축제중

입력
2013.05.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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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축제의 시즌이다. 공휴일에 주말로 이어지는 이번 연휴기간에는 전국이 각종 막바지 봄 축제로 들끓을 예정이다. 십수억 원을 들여 만드는 대형 관광축제에서 몇 백, 몇 천만원의 예산으로 조촐하게 치러지는 농촌의 마을축제에 이르기까지 그 수와 형태도 실로 다양하다. 축제도 시즌별 특색이 있다면 봄에는 주로 꽃이나 가족을 소재로 한 것들이 성황을 이루고, 여름에는 각종 휴양형 축제, 가을에는 문화예술 축제, 그리고 겨울은 축제 비수기라는 것이 무색하게 눈과 물고기를 이용한 축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학자들은 축제가 인간의 유희적 본능을 가장 집약적으로 표출되는 장치이자, 억압된 감정 표현이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분출구라며 인간을 호모 페스티부스라 하기도 했다. 일상으로부터 탈피하여 다 같이 즐기며 그 안에서 일체감을 느끼고 낯선 이들과의 만남과 소통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축제이다. 과거 종교와 권력의 억압으로부터 잠시 허용된 일탈과 해방의 의미를 가졌던 축제는 이제는 사회적, 문화적 의미가 더 강조되고 있고, 나아가 산업적 측면의 효과까지도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수많은 축제들은, 바라보는 관점과 목적에 따라 그 기능과 역할에 있어 다양한 가치와 의미를 부여 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모든 축제를 아우르는 뭔가 공통적 요소가 있는 법이다. 이른바 집단적 광기의 발산, 공동체 의식의 발현, 잠시나마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고 하나가 되는 통합의 실현, 지역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강화하고 대외적으로 소통과 교류의 매개가 되기도 하며 경제적 효과까지 유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도 축제의 활성화를 위해 평가를 하여 등급을 매기기도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지역축제는 지역의 마케팅과 네트워킹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지원이나 평가가 방문객의 호응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전문가의 지표에 의한 평가와 고객들이 직관적으로 느끼는 평가는 그 잣대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평론가가 칭찬하는 영화가 흥행에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닌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과 미숙한 운영, 지나친 상업화는 종종 지역축제의 문제점으로 제기되곤 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의 농촌의 마을축제들이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손님을 끌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비록 소박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한 행사를 통해 시골의 정취를 맛보는 것은 도떼기시장 같은 대형 관광축제보다 오히려 감성적이고 교육적인 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하다.

물론 농촌축제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농촌의 제약상 콘텐츠, 마케팅, 운영 등에 다 부족함이 있다. 한창 바쁜 농번기에는 축제는 주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일일 수도 있다. 비슷비슷한 체험 프로그램과 극성스런 특산물 판촉행사 같은 마을축제는 오히려 고객을 실망시켜 해마다 방문객이 반토박이 나는 일도 있고 집객 부진으로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축제 추진과정에서 주민간의 갈등을 야기하는 경우도 있으며, 축제를 둘러싼 기득권이 자칫 지역에서는 비뚤어진 권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는 모두 축제에 대한 이해 부족, 지역 이기심과 탐욕, 참여 의식의 결여, 고객들의 기대에 대한 무지 등에서 기인한다.

결국 농촌의 마을축제는 무슨 거창한 시설이나 인위적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라 농촌 특유의 생태적 특성이 풍부한 장소성과 그 마을이 아니면 접할 수 없는 문화적 특색, 그리고 주민들과 한 식구처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관계의 체험으로 무장해야 한다. 마을 주민들이 잠시 일손을 놓고 즐거이 참여하며 준비하고 손님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듬뿍 안겨주면 방문객들은 마을에 대한 호의와 선의를 가지게 되고 마음에서 우러나와 농산물을 사거나 향후 재방문을 기약하게 되는, 일종의 마을 IR(기업설명회)같은 것이 되어야 한다. 어디보다 공자의 근자열원자래(近者悅遠者來)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 농촌의 마을축제인 것이다.

이선철 용인대 교수·감자꽃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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