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경남 밀양의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기로 하면서 주민들과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대책위)와 송전탑이 들어설 밀양지역 4개 면의 반대 주민 일동은 16일 성명을 내고 "한전의 공사 강행은 사실상 전쟁 선포"라며 "한전이 대화를 거부하고 공사를 재개하면 목숨을 걸고 막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민주당 경남도당 장상봉 사무처장도 '실력 저지'에 나설 뜻을 비쳤다.
그러나 한전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다음주 초에 공사를 재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담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올해 12월 상업 운전을 시작할 신고리 원전 3호기(140만㎾급)의 정상 가동을 위해선 이달 안에 공사를 시작해야만 한다는 게 한전측 주장이다.
밀양 송전탑 공사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6가지. 우선 반대 측 주민들과 대책위는 "땅 속에 터널을 만들어 선로를 묻을 것"을 주장한다. 이른바 '지중화' 방식이다. 하지만 한전 측은 "지중화 공사는 기간이 10년 이상 걸리고, 공사비도 2조 7,000억원이나 든다"며 "특히 현재 지중화 기술로는 765kV급 고압선을 고작 600m 정도만 묻을 수 있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밀양지역 송전 구간은 30㎞ 이상이다.
두 번째 쟁점은 우회 선로다. 대책위는 기존 선로의 용량을 높여서 활용하거나 건설 중인 신양산~동부산, 신울산~신온산 송전선로를 신고리원전과 연결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한전 측은 "신고리 3호기도 기존 선로를 쓰면 과부하로 정전이 발생할 우려가 크고, 다른 구간을 새로 연결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보상 관련해서는 한전 측이 '매년 지원금 24억원, 지역특수보상사업비 165억원 추가 지급' 등 13개 보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보상금을 지중화 사업에 쓰라"며 "보상규모를 확대하려면 관련법 개정이 필요해 현실성도 낮아 보인다"고 거부했다.
해법 모색을 위한 전문가협의체 구성도 난항을 겪고 있다. 대책위는 "철탑 건설 이외의 송전 방안을 검토하는 쪽으로 3개월간 협의회를 운영한 뒤 논의를 이어가자"고 했으나, 한전은 "시한이 촉박하니 협의회를 구성해도 공사와 병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고압선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에 대해서도 주민들과 한전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또 "마을 주민 절반은 공사에 찬성했다"는 한전 측 발표에 대해서도 대책위는 "대표성 없는 일부 주민들이 찬성한 것일 뿐 밀양 지역 4개면 1,813명의 주민이 공사 반대에 서명했다"고 반박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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