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대표 체제에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을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가 180도 변했다. 이전 지도부가 안 의원을 노골적으로 견제했다면, '친안(친 안철수)' 성향으로 평가 받는 새 지도부는 최대한 말을 아끼며 예의를 차리는 모습이 뚜렷하다. 그러나 안 의원 측은 민주당의 지도부 변화에 개의치 않고 독자 세력화에 집중해 양측이 '동상이몽'을 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전 민주당 지도부는 안 의원을 매몰차게 대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해 대선 당시 '무소속 후보 불가론'을 정면으로 제기해 안 의원 측으로부터 원성을 샀고,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도 "공부 잘하는 어린애 같다" "국회 들어오면 300명 중의 한 명이다" 등 시종 견제성 발언을 쏟아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국회의원에 당선돼도 제2의 문국현이 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에 반해 김한길 대표는 5ㆍ4전당대회 직후부터 안 의원을 "경쟁적 동지관계"로 규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인 김영환 의원은 아예 "우선 지명권을 안 의원 진영에 줘야 한다"고 밝혔다. 전병헌 신임 원내대표도 16일 "(안 의원과) 경쟁관계라고 규정하는 것은 속단"이라며 "가치와 정책적 입장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경쟁보다 협력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반전은 새 지도부가 안 의원 측에 비교적 우호적인 인사로 꾸려진데다, 장기적으로 야권 지형 개편 과정에서 안 의원 측과 연합하는 구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당장 김 대표나 김 위원장 등만 해도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당 안팎에서 '친안 인사'로 분류됐다. 김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야권의 재구성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민주당이 중심에 서서 재구성을 주도해야 한다"고 안 의원 측과의 연대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러나 안 의원 측은 민주당의 태도 변화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새누리당 일각과 친노 진영까지 포함해서 기존 여야 구분을 넘는 독자 세력화의 뜻을 분명히 밝혀 민주당의 야권재편론과는 확연한 선을 그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안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우호적 태도가 일방적 러브콜로 흐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