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방해한 학생을 수업에 빠진 것(결과∙缺課)으로 처리하도록 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이 논란이 되고 있다. 수업 분위기를 바로잡아 보겠다는 취지지만 처벌권만 남용해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3월 '2013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을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내 수업시간에 불참하거나 교육활동을 고의적으로 방해한 경우 '결과' 처리하도록 하고 구체적 기준은 학교장이 정하도록 했다. 2005년부터 훈령에 명시된 내용이지만,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이같이 안내한 것은 처음이다. 현재는 보통 수업의 절반 이상을 빠졌을 때 '결과' 처리가 되고 3번이면 결석 1번으로 친다.
하지만 입시에도 반영되는 출결사항을 놓고 교육부가 '교육활동을 고의적으로 방해한 경우'라는 애매한 기준을 제시해 학교마다 제각각 적용되도록 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일선 학교들도 주먹구구식이다. 인천의 A중학교는 지난 13일 교직원 연수 후 이에 대한 기준을 정하기 위해 교사들에게 ▦수업시작 후 10분 경과 시 또는 수업방해 3회 ▦수업시작 후 10분 경과 시 ▦수업방해 3회 ▦실시하지 않음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회람을 돌렸다. 교사들 의견을 참고해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서 협의하고, 구체적인 기준은 교장이 정하겠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이 학교의 B 교사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논의가 필요한 사안인데 학생이나 학부모의 의견은 전혀 반영될 통로가 없다"고 말했다.
B 교사는 "(교육 방해 여부는) 학교나 교사마다 자의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도 문제지만, 기존의 벌점제나 수행평가 태도점수로도 별 효과가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수업을 듣게 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당장 학생들 사이에서는 "태도가 안 좋아 지적을 3번 받으면 어차피 결과 처리되는데 그냥 나가도 되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B 교사는 "학생에게 불이익을 줘서 교사를 따르게 한다면 교사와 학생 사이는 더 일그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종화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교사가 처벌권을 가지고 통제하는 방식으로는 교권이 강화될 수 없고, 오히려 교사와 학생간 신뢰를 깨뜨릴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는 것인지조차 분명치 않은데 학교가 정하도록 하면 남발의 우려와 분쟁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결과 처리가 목적이 아니고, 학교 현장이 너무 어렵다 보니 학생들도 예의를 지키라는 예방 차원에서 하라는 것"이라며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니까 학교장과 교사 학부모 의견을 반영해 만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