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본격적인 기싸움에 돌입했다. 양측이 5ㆍ18 기념일에 맞춰 광주를 잇따라 방문하면서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 주도권 경쟁의 전초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16일 광주를 방문해 재도약의 의지가 담긴 '을(乙)을 위한 민주당 광주선언'을 발표했다.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소속의원 72명을 포함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등 총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처음 가진 자체 행사이기도 하다.
이는 다분히 안 의원을 의식한 포석으로 보인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직 실체도 드러나지 않은 '안철수 신당'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결과들이 나오면서 위기감이 커졌고, 따라서 어떻게든 텃밭인 호남민심을 묶어둬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의원은 "엎드려 절하는 심정으로 광주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견제구까지 날리며 '안풍(安風)'에 차단막을 치고 나왔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안 의원에 대해 "경제민주화 등에 대한 언급 없이 영입이다, 선거만 치르는 정당이 되겠다고 하는 것, 세불리기에 몰두하는 건 기존 정치문법을 그대로 닮아가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경제민주화나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각종 민생입법 경쟁에서 우리는 127명으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지만 안 의원은 그렇지 못하다"고 비교우위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안 의원은 5ㆍ18 기념일에 맞춰 영남과 호남을 잇따라 방문하는 일정으로 응수하고 있다. 안 의원은 16일 부산 본가로 내려가 하루를 묵은 뒤 17일 봉하마을을 거쳐 광주로 이동해 5ㆍ18기념식 전야제에 참석할 예정이다. 안 의원이 영ㆍ호남 일정을 연쇄적으로 잡은 것은 민주당보다 확장성이 크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안 의원은 5ㆍ18 공식 기념행사에 참석한 호남지역 포럼 관계자들과 간담회도 갖는다. 이자리에서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호남을 향해 진전된 독자세력화 방안을 제시할지도 관심거리다. 안 의원은 영ㆍ호남 순방 일정에 송호창 의원 및 금태섭 조광희 변호사 등 측근들을 대거 대동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안 의원 측은 "5ㆍ18 행사의 취지에 맞게 다녀올 것"이라고 했지만 순방단 규모에서 그 이상의 의미가 읽혀진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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