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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숙 교수의 문학 속 간호이야기] 김경욱 '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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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숙 교수의 문학 속 간호이야기] 김경욱 '인생은 아름다워'

입력
2013.05.1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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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할 때 자살을 한다. 국내 자살 관련 통계는 우리에게 또 다른 절망이다. 하루 평균 4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버린다. ‘자살 고위험군’이 전체 인구의 5%인 250만명에 달한다. 자살의 미래 투시도를 보여주는 소설이 있다. 김경욱의 이다.

소설은 미래 사회의 이야기다. 지문을 사고팔고, 신랑이 부족해 우루과이에서 수입되고, 장기를 저당 잡혀 역모기지론으로 은행에서 대출받는다. 그러면서도 부모들은 자식을 명문 대학에 보내려고 빚을 진다. 주인공도 아이 셋을 유학까지 보냈지만 아내는 해외여행 한번 못 가보고 세상을 떠났다. 자신 또한 요도의 통증으로 몸이 성치 않다. 자살면허특별법이 등장한다. 자살은 면허 소지자에 한해서 합법적으로 허용된다는 내용이다. 실패한 자살은 처벌하지 않지만 성공한 자살은 처벌한다는 취지이다. 자살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자가 자살하면 유족들에게 막대한 자살세를 물고 사돈의 팔촌까지 공무담임권을 박탈한다. 사람들은 자살에 성공하기 위해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자살면허 스펙을 쌓는다. 주인공은 질병과 빈곤에 시달리며 위엄 잃은 죽음을 맞을까봐 노후대책으로 자살면허 취득을 결정한다.

소설은 자살공화국이 된 현실을 폭로하고 있다. 모두가 자신의 아픔은 숨기고 타인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다. 두려운 결과에 직면했을 때는 절망감에 자살을 선택한다. 청소년 자살은 학교 성적, 가정불화, 왕따 등과 더불어 외로움과 고독이 원인이다. 청년기 자살은 학벌 경쟁, 취업 경쟁, 결혼과 육아, 높은 집값과 물가 등 경제적 위기가 원인이다. 중년에는 경제난, 가정불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우울증, 외로움이 자살의 원인이다. 노인은 신체적 질환, 경제적 곤란, 가족 해체에 따른 상실감이 원인이다. 서구에선 자살이 주로 정신병적 요인으로 인식되지만, 한국에선 사회구조적 요인으로 인한 자살이 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삶은 죽음으로부터의 저항이다. 우리가 죽음을 상기함으로써 강하게 삶을 느끼는 것처럼 죽음은 복잡한 생명보다 삶을 더욱 자명하게 만들어주는 척도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자살 면허’라는 착상이 주목된다. 도덕적 금기인 죽음의 선택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다는 면허를 통해 삶과의 관계성이 열린다는 역설적 의미를 발생시킨다.

소설은 자살을 실패한 자들의 부도덕한 행위나 정신질환자의 우발적 행위로 서술하지 않는다. 단순한 삶의 포기가 아니라 삶의 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제시한다. 주인공은 자살을 결코 선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이 최악이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 몸짓으로 자살을 선택한 것뿐이다. 말하자면 차악(次惡)의 선택이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건 관심뿐이다. 사랑 받는 사람이란 느낌을 가지지 못할 때, 즉 자존감이 붕괴될 때 사람은 자살을 한다. 자살은 사랑이 없는 상태에서 생기는 절대적 고독감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살을 선택했을 때 그를 내버려둔 타자, 사회의 책임을 부인할 수 없다. 요즘 약자의 인격 침해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시작되고 있다. 사람을 품어줄 수 있는 역량을 기르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약자의 상황이 절망의 상태였음을 동의하는 것이기에 치유에 희망을 건다.

가천대 외래교수, 간호사ㆍ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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