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2003년 이후 10년 만에 세계탁구선수권이 다시 열리고 있다. 2003년 당시 주세혁(33ㆍ삼성생명)이 주인공이었다. 그는 국제탁구연맹(ITTF) 랭킹이 고작 61위였지만 중국의 마린(당시 랭킹 8위) 등을 물리치고 준우승까지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여자 탁구의 박성혜(27ㆍ대한항공)가 10년 전의 영광을 떠오르게 만들고 있다.
오른손 셰이크핸드 올라운드 전형인 박성혜는 15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팔레 옴니스포르 드 파리 베르시 경기장 열린 세계탁구선수권 여자 단식 128강전에서 일본의 탁구 스타 후쿠하라 아이를 4-2(4-11 11-6 11-9 3-11 11-8 11-6)로 꺾는 돌풍을 일으켰다. ITTF 랭킹이 고작 166위에 불과한 박성혜가 12위의 아이를 물리친 것.
'아이짱'으로 알려진 상대는 2002년 전일본선수권탁구대회 여자복식에서 16세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을 대표하는 탁구스타다.
박성혜는 처음으로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사고'를 치며 당당히 32강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제주 출신의 박성혜는 16일 열린 64강전에서 장 릴리(미국)를 4-1로 물리치고 32강에 올랐다. 수비형에게 강점이 뚜렷한 박성혜는 17일 수비 전형인 시엔이팡(프랑스)과 16강 진출을 놓고 다투게 됐다.
2006년 대한항공에 입단한 박성혜는 소속팀 스타들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김경아, 당예서, 석하정, 양하은 등에 밀려 '5인자'에 머물렀다. 2008년 실업연맹 회장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주목 받지 못했다. 170㎝의 큰 신장에서 나오는 드라이브가 위력적이지만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이라 움직임이 둔했던 것도 사실이다.
김형석 여자대표팀 감독은 "모든 기술을 고루고루 잘하는 편이다. 이것이 장점이 될 수 있고 단점도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술보다는 심리적 컨트롤이 더 중요한 선수이기도 하다. 언니 같은 김무교 대한항공 코치가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합류하면서 박성혜도 심적인 안정을 찾고 있다. 자신감을 갖다 보니 경기도 술술 풀리고 있다.
박성혜는 이날 아이에게 1세트를 허무하게 내줬지만 2세트부터 자신감을 찾아 두 세트를 내리 따냈다. 비록 4세트를 다시 내줘 균형을 허용했지만 5, 6세트를 차례로 이기며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한편 양하은(대한항공)과 서효원(한국마사회)도 32강에 합류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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