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15일(현지시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로 대니얼 러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을 지명했다. 러셀의 지명으로 ‘동아태 차관보=일본통’이라는 등식이 계속 이어지게 됐다. 역대 동아태 차관보 가운데 일본통이 아닌 사람은 북한 전담 차관보로 불린 크리스토퍼 힐 뿐이다.
버락 오바마 1기 정부 때 NSC에서 아시아를 담당한 러셀은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인 2008년 국무부 일본과장을 지내는 등 대표적 일본통으로 분류된다. 미국 외교관 가운데 일본어를 가장 잘하고 부인도 일본인이다. 2005, 6년 힐 차관보 시절 미일관계가 소원했다는 사실은 미일ㆍ미중 관계에서 일본통의 역할이 어떠할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러셀이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동아태 차관보에 지명된 지금은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노골화한 상태다. 게다가 러셀은 동아태 차관보의 최대 상대국이자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중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다. 한편에서는 러셀이 이런 점을 의식, 일본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움직이기는 어렵고 도리어 중국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한다. 러셀은 1차 북핵 위기 때인 1992~95년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해 한국 정서에도 익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오바마 1기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를 주도한 실무자라는 점에서 오바마 2기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그렇지만 그는 북핵 문제에 대한 이해가 깊고 남북대화를 지지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
대화를 선호하는 존 케리 국무장관은 백악관이 지지하는 러셀의 발탁에 소극적이었으며 대신 중국 문제 전문가가 기용되길 원했다. 이런 점에서 국무부 내 러셀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아태 차관보 자리는 백악관과 케리의 신경전으로 장기 공석 상태에 있었으며 한국계 미국인 조셉 윤 수석 부차관보가 그 역할을 대행해왔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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