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내각관방 참여를 비밀리에 북한에 보내 북일 교섭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깜짝쇼를 연출하려 했지만 북한이 이 사실을 먼저 공개하는 바람에 역이용당하는 꼴이 됐다고 일본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산케이(産經)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무수단 발사 문제 등으로 국제사회가 촉각을 세우던 4월 중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결의를 측근들에게 밝혔다. 관료들의 교섭으로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 자신이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북일교섭은 지난해 11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 시절 양국 외무국장급 회의가 열린 이후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지마 참여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납치문제담당장관과 비밀리에 방북문제를 논의했고 아베 총리는 지난 주 방북 결정 사인을 내렸다. 아베 총리는 일본 관료의 방북은 조총련의 주선을 거치던 관례를 깨고 북한의 고위급 지도자와 직접 접촉, 방북 의사를 타진하라고 지시했다. 조총련을 통할 경우 관련 정보가 샐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지마 참여의 방북 사실을 한국과 미국에 미리 알리지 않은 것도 깜짝쇼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지마 참여가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북한이 보도진을 대거 동원, 도착 사진을 공개하면서 보안이 깨지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일이 전개되자 아베 총리는 이지마 참여의 방북 관련 질의에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이지마 참여의 방북을 5월로 잡은 것은 아베 정권의 7월 참의원 선거를 유리하게 해주는 대신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려던 속셈 때문이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북한 노동신문이 최근 일본의 조선 통치에 보상을 요구하는 기사를 실은 것도 무관하지 않다. 북한이 일본 정부가 압류 중인 조총련 본부 건물의 재경매에도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이지마 참여의 방북을 수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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