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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5월 17일] 어이없는 '윤창중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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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5월 17일] 어이없는 '윤창중 구하기'

입력
2013.05.1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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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씨가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으로 임명될 때부터 그의 성향이나 평소 처신으로 미루어 뭔가 사고를 칠 것 같아 불안했다. 언론계에서 '말 따로, 글 따로, 행동 따로'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지적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그를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결국 윤씨는 희대의 성추행 의혹으로 면직 조치됐다. 그가 저지를 사고가 이렇게 크고 창피한 내용일 줄은 몰랐다.

이 사건은 많은 부분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미국 경찰의 수사에도 상당히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법제도나 일 처리방식이 우리와 판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들끓고 넘치고 한 쪽으로 쏠리고 편을 갈라 싸우는 우리 사회의 고질이 이번에도 재연되고 있다.

특히 놀랍고 기이한 것은 이른바 보수진영 일부 인사들의 윤창중 두둔하기, 구하기 언동이다. 그들은 윤씨에 대한 비판을 마녀사냥으로 몰아붙이면서 "그를 음모에 빠뜨린 시나리오가 있다, 윤씨는 결국 이 음모에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도 허무맹랑하고 소설 같아서 옮기는 것도 조심스럽지만, 주장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윤창중에게 살의를 품은 일단의 세력이 있다. 박 대통령 방미를 기해 기획이 실행됐다. 이번 일은 반공 보수우파 논객인 윤창중과 (호남 지분으로 청와대에 들어온) 좌익 이남기(홍보수석)가 벌인 이념전쟁이다. 윤창중은 청와대의 이남기류와 주미대사관 연합군에 의해 당했다. 윤창중은 정권 내에 깊숙이 뿌리박은 좌익들에 의해 제거된 것이다. 이들은 윤창중 죽이기에 골몰하다 피가 대통령에게까지 튈 줄 몰랐다. 야당의 모 중진 의원은 사건을 당사자 수준으로 빨리 알았다. 가장 먼저 아는 방법은 사건을 직접 만드는 것이다. 인턴은 이 정치인의 내연녀다. 사건을 최초로 알린 미주 한인 여성 커뮤니티 '미시 USA'는 종북사이트다. 미모의 그 인턴은 한국 연예계 데뷔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음모론을 이렇게까지 자아내고 지어내는 능력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사석에서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빨갱이들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못하는 짓이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보았다.

이런 음모론에는 윤창중이라는 인물에 대한 독특한 판단과 수요(需要)가 작용/작동한다. 그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상반되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대한민국은 논란과 시나리오로 늘 시끄럽고, 어느 칼럼니스트가 지적한 대로 SNS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아니라 소설(小說) 네트워크 서비스를 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일부 보수 우익에게 윤창중은 종북 좌빨들의 발호와 득세에 맞서 싸우는 보수우파의 아이콘 논객이다. 이번 일은 의병 윤창중이 종북이에게 당한 것이다, 그러니 이대로 물러서면 안 된다고 그들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사건의 본질은 공개념이 미성숙 상태인 언론인 출신 공직자의 망동이다. 청와대의 서투른 대처가 겹쳐 국제적 망신살이 더 커졌다. 대통령의 방문외교 기간에 대변인이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엉뚱한 실수를 하게 된 시스템 상의 문제는 따로 떼어 생각해야 한다.

이번엔 얼치기 보수 우익 인사들이 해괴한 주장을 하고 있지만, 반대로 이른바 좌빨 중 어느 인사가 이런 일에 휘말렸다면 그들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아니 지금까지는 이런 모습을 그들이 더 많이 보여줬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사랑이고, 진보는 애국종북궤변, 보수는 애국충성진리라는 이분법이 언제나 없어질 것인가.

윤창중에 대해서는 실망스럽고 언론인으로서 창피하지만, 그를 살리려 애를 쓰고 기를 쓰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저절로 혀를 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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