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완치된 암 환자의 몸에서 항암 항체가 생성되는 사실을 밝혀 새로운 암 치료법의 길을 열었다. 암이 치료된 환자의 혈청을 이용해 항암치료제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대 황태호(항암바이오연구소) 허정(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바이오벤처기업 신라젠 연구팀은 항암 바이러스(JX-594)를 이용한 미 제네렉스 바이오세러퓨틱스사의 암치료제 '펙사-벡(Pexa-Vec)'이 암 환자에게 항체를 만들어 생존기간을 늘리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16일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됐다.
펙사-벡은 천연두 백신에 사용됐던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변형, 암세포에서만 증식하게 만든 항암제다.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2상에서 우수한 항암효과를 입증, 유럽의약청(EMEA)에서 이미 희귀 의약품으로 지정 받았다.
이번 연구는 펙사-벡 투여 후 장기 생존 암환자(18명)에게서 항암 항체가 관찰됐다는 것으로, 펙사-벡이 면역력을 높이는 것은 알려졌지만 항암 항체 생성 보고는 처음이다. 펙사 벡은 암세포를 직접 살상ㆍ용해하고 암세포로 가는 혈관을 차단해 항암 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규명된 상태다.
황 교수는 "펙사-벡을 투여한 환자 가운데 좋은 반응을 보인 환자에게서 항암 항체가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 항체를 기초로 암 치료제를 개발하면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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