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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의 돌·바람 그대로 박물관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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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의 돌·바람 그대로 박물관이 되다

입력
2013.05.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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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세토나이카이에 있는 나오시마는 둘레 16㎞, 면적 8㎢, 인구 3,500명의 작은 섬이다. 구리제련소의 공해와 산업폐기물 때문에 한때 '쓰레기 섬'으로 불리며 주민이 200명까지 줄었던 곳인데, 지금은 한 해 35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문화예술 명소가 됐다. 자연, 건축, 미술이 어우러진 전원형 미술관 덕분이다. 그중에도 간판 격인 지추(地中)미술관은 자연 능선을 해치지 않도록 언덕 지하에 지어져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클로드 모네,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 등 세계적 거장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강원 문막(원주) 오크밸리 리조트에 세워진 한솔뮤지엄은 나오시마를 벤치마킹한 전원형 미술관이다. 7만 1,172㎢ 부지에 5,445㎢ 전시 공간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지추미술관을 설계한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를 맡았고, 지추미술관 대표작가인 터렐의 최근작을 전시한 상설관도 만들었다.

오광수 관장은 15일 언론에 처음으로 이곳을 공개하며 "미술관 본연의 목적인 작품 수집, 보존, 연구, 전시뿐만 아니라 현대인에게 휴식과 명상, 치유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말했다.

다다오 특유의 노출콘크리트 기법으로 지은 미술관은 경기 파주석, 원주 귀래석 등 우리 땅에서 난 돌로 외관을 마감하고 물, 나무와 바람 등 자연을 끌어들인 것이 특징이다. 크게 한솔그룹, 한솔문화재단,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소장품을 모은 미술관 본관과, 터렐의 작품 4점을 상설 전시하는 제임스 터렐관으로 이뤄져 있다. 파주석으로 마감한 본관에서 제임스 터렐관으로 가는 길에는 패랭이꽃 80만포기와 자작나무 380그루를 심은 '플라워 가든', 서산 해미석이 깔린 연못에 800톤의 물이 흐르는 '워터 가든', 원주 귀래석을 쌓아 신라 고분 모양으로 만든 조형물 9점의 '스톤 가든'이 있다. 정원 풍경에 맞춰 헨리 무어, 마크 수베로 등 해외작가들의 대형 설치작품을 전시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입구에서 맨 끝 터렐관까지 거리만 해도 2.1㎞로 한 바퀴 둘러보는 데 2시간은 족히 걸린다.

본관은 종이의 역사와 종류, 인쇄문화를 전시한 페이퍼갤러리와 근현대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청조갤러리로 나뉜다. 이인희 고문의 호를 딴 청조갤러리의 개관전 '진실의 순간'은 김환기 박수근 이쾌대의 그림과 백남준 문신 존 배의 설치작품 등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대표작 1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미술관의 하이라이트는 다다오가 터렐 작품에 맞춰 설계한 제임스 터렐관이다. 올해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데뷔 50주년 회고전을 여는 미국 작가 터렐은 다양한 조명을 통해 자연 풍경을 재조명한 대형 작품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애초 1989년 작 '웨지워크'만 전시하려 했으나 작가가 박물관의 취지와 설계를 보고, 이 공간에 최신작 3점을 더 전시하고 싶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고 한다. '웨지워크' '간츠펠트'는 상시로, '스카이 스페이스' '호라이즌'은 일출 일몰에 볼 수 있다. '간츠펠트'는 빛의 산란을 이용한 작품이다. 바닥, 벽, 천장이 만나는 모서리를 둥글린 전시 공간에 들어선 관람객이 정면을 향해 일직선으로 걷다 보면, 안개나 구름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스카이 스페이스'는 자연의 빛을 끌어들인 작품이다. 돔 형태의 전시장 천장에 거대한 구멍을 뚫고 LED 간접조명을 쏘아 전시장 천장 색깔을 알록달록하게 바꾼다. 조명 색이 바뀌면서 뚫린 구멍 사이로 보이는 일출 일몰 때의 하늘 빛도 달라진다. 입장료 1만 2,000원 외에 별도의 요금(성인 1만5,000원)을 내고도 들어가볼 만하다. 일출 일몰 프로그램은 VIP와 멤버십 회원만 이용할 수 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원주 시외터미널에서는 30분 거리다. 원주터미널에서 오크밸리 리조트까지 2시간 간격으로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원주=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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