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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종교, 미래를 말하다] <7> 마산 정법사 지태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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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종교, 미래를 말하다] <7> 마산 정법사 지태 스님

입력
2013.05.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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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못 된 것들은 말사 주지 보내라던 때가 있었어요. 시주라고는 쌀, 보리 얼마 받던, 사찰 운영이 정말 어렵던 시절 이야기지요. 경제사정이 나아지면서 돈으로 시주가 들어오고 절 재정도 덩달아 좋아지니까 지금은 서로 주지하겠다고 야단들입니다."

양산 통도사의 말사인 마산포교당 정법사 지태(58) 스님은 16일 "한국불교를 망가뜨리는 첫째 원인은 절의 경제소유권을 스님이 가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재작년 창건 100주년을 맞은, 도심에 거점을 둔 포교 사찰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정법사는 최근 몇 년 사이 불교계에서 적잖게 화제가 되고 있는 절이다. 한국불교는 낡고 보수적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신자 늘리기에 여간 애를 먹는 게 아니다. 자연히 시주돈 모아 법당 고치거나 새로 짓는 '불사(佛事)'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그런데 정법사는 전체 비용이 300억원을 넘는 대형 중창불사를 2년째 진행 중이다. 780평 땅에 법당과 요사채 한 채만 있던 절을 주변 민가까지 사들여 3배 이상 부지를 늘렸고 옛 건물을 허물고 그 땅에 4층 규모의 현대식 사찰을 새로 짓고 있다. 그뿐 아니다. 2차 불사로 사찰 맞은 편에 절이 가진 상가 건물을 10층짜리 불교회관으로 재건축한다. 다양한 복지서비스와 문화ㆍ예술 강좌를 제공하는 종합불교사회복지관 건립이다.

이 불사는 17년 전 통도사에서 정법사 주지로 온 지태 스님이 신도들에게 먼저 꺼냈던 사업이다. 그때는 "도둑놈" 소리를 들었다. 불사한다고 돈 거둬서 한몫 챙길 속셈인줄 알았던 거다. 그러고 묻었던 이야기가 몇 년 뒤 이번에는 신도들 입에서 나왔다. 지금 불사는 그러고 10년을 더 준비해 시작한 일이다.

정법사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태 스님이 왔을 때만 해도 정법사는 유서만 깊었지 서서히 기울어가는 절이었다. "매달 초하루 법회에 모이는 신도는 100명 될까말까" 했고 절에 대한 주변의 시선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절이라고 이웃에 뭘 베풀었다는 소문 난 적은 별로 없고, 주지가 땅 팔아 먹고 도망갔다더라는 나쁜 이야기만 자자했다.

"처음 와서 절 재정을 다 오픈시켰습니다. 첫 법사(法事)에서 이 절을 나갈 때 걸망 하나 지고 떠나겠다고 약속했어요. 절 살림은 신도들이 알아서 살아라고 했죠."

그래서 만든 것이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도 국내 사찰에서 흔치 않은 사찰운영위원회다. 선출직인 신도회장이 중심이 되어 60명 정도의 신도가 참여하는 이 조직은 한 달에 한 차례 회의를 열여 정법사의 수입ㆍ지출 관련 일을 보고 받고 평가한다. 절의 여러 행사 계획ㆍ일정도 잡는다. 그는 "가톨릭이나 원불교가 잘 되는 이유는 재정의 사유화가 안 되기 때문"이라며 "한국불교의 세속화를 막으려면 사찰의 개인재정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창불사를 도맡은 불사추진위 역시 이런 원칙에 따른 신도 조직이다.

그는 또 주변의 시선을 바꾸기 위해 "절에 쓸 돈도 없다"는 일부 신도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찰 한 켠에 무료급식소를 열었다. 지금도 월~금 매일 점심 한 그릇 대접하는 이 급식소에서는 하루 평균 200명 정도가 한끼 주린 배를 채운다. 이 보시(布施)는 독거노인 수발, 결식아동 돕기 같은 일로 확대됐다. 불교회관 건립 계획도 이 같은 나눔의 일환이다.

더 눈 여겨 볼 일은 그가 일찌감치 정법사 내에 4년 과정의 불교대학을 열었다는 점이다. "옛날 스님들은 부처님 말씀을 가르치지 않고 그저 기도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했거든요. 부처님 말씀을 모르면 불교 신자는 기복으로 가게 마련입니다. 어떻게 신앙생활을 해야 하고 어떻게 수행 실천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아야 불자도, 절도 바로 설 수 있습니다."목ㆍ금 2시간씩 개설된 강좌에서는 교양불교, 불교교리 과정을 거쳐 전문적인 불교 관련 지식을 주로 전공한 대학 강사 등이 와서 가르친다. 지태 스님은 지금까지 400명 정도 졸업생을 배출한 이 과정을 들으며 "인생관이 바뀌었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내년 석가탄신일 전에 완공을 볼 정법사는 극락전, 만불전, 대웅전을 비롯해 소극장과 시민선방을 한데 갖춘 웅장한 건물이다. 하지만 지태 스님이 들려준 이 사찰 운영의 원칙들이야말로 새 정법사 건물 보다 훨씬 크고 뜻 깊은 것이었다.

마산=글ㆍ사진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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