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1ㆍ9호에 이어 긴급조치 4호도 헌법에 위반돼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학생들의 유신반대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1974년 4월 3일 선포한 긴급조치 4호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과 관련된 단체를 조직하거나 구성원의 활동에 직ㆍ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할 경우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게 하고, 위반자가 소속된 학교는 폐교처분 할 수 있게 한 법령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6일 북한 체제를 찬양ㆍ고무하고 긴급조치 4호를 비방한 혐의(긴급조치 1ㆍ4호 및 반공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1975년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2년을 선고받고 4년3개월간 복역한 추영현(83) 당시 일간스포츠신문 편집부 차장에 대한 재심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4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영장주의에 위배되는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유신헌법은 물론 현행 헌법에 비춰봐도 위헌, 무효"라며 "긴급조치 4호가 합헌이라는 취지로 판시한 이전 대법원 판결은 모두 폐기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과거 긴급조치 4호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나 유족들은 재심 사유에 대한 다른 증명 없이도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과 형사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으며, 이미 면소 판결을 받은 사람들도 무죄 판결을 받았어야 했기 때문에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긴급조치 4호로 인해 구속 기소된 학생, 지식인, 종교인 등 180명이고, 그 중 8명이 사형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은 앞서 2010년 12월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지난달 긴급조치 9호에 대해 각각 위헌 무효 판결을 내렸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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