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그제 4대강 사업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한 혐의로 대형 건설사와 설계업체 등 3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압수수색에는 검사 10여명과 수사관 200여명이 투입됐다. 이처럼 대규모 인력이 동원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수사의 강도가 간단치 않음을 짐작하게 한다. 외견상으로 이번 수사의 목표는 입찰 담합의혹이다. 이미 공정위는 지난해 8개 건설사가 4대강 사업 1차 턴키 입찰에서 담합한 사실을 적발했다. 하지만 과징금만 부과하고 형사 고발하지 않아 봐주기 의혹이 불거졌고, 시민단체가 건설사와 공정위를 함께 검찰에 고발한 것이 수사의 배경이다.
이번 수사가 그런 수준에 그친다면 별로 특별하다고 할 것도 없다. 공정위가 조사한 내용을 근거로 사법적 혐의를 확정 짓기만 하면 될 터이다. 훨씬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4대강 사업 수주 과정에서의 비자금 조성 경위와 출처, 사용처 등에 더 주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건 그런 이유다. 실제 업계 1위인 현대건설이 하청업체를 통해 수십 억의 비자금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대우건설도 낙동강 칠곡보 공사 등에서 13억여 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을 가진 모 건설업체는 무더기로 사업을 따내고 공사비가 높게 산정돼 특혜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 수사가 정ㆍ관ㆍ재계 비리 등 대형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과 전 정권에 대한 본격 사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은 상당한 근거가 있는 셈이다.
관건은 검찰의 수사 의지다. 이번 수사는 지난 4월 특별수사의 상징인 대검 중수부 폐지 이후 검찰 특수부가 나선 첫 대형사건이다. 중수부 없는 대형 특별수사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에는 무려 22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으나 부정입찰, 비자금조성, 부실공사 등의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은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얼마나 빼돌려졌는지 철저히 수사해 관련자들을 엄히 처벌해야 한다. 검찰 특수수사의 명예가 이번 수사에 달려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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