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4대강 사업 비리에 대해 본격적으로 메스를 들이댄 것은 입찰담합 혐의 이외에 전 정권인 이명박 정부의 치부까지 살펴보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찰의 의지는 수사부서와 압수수색 규모만 살펴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시민단체가 고발한 4대강 사업 비리 사건과 관련해 그 동안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서에 배당하며 소극적으로 임했다. 배당 후에도 수사가 특별히 진척되는 것이 없어 수사의지를 의심받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검찰 내 최고의 칼잡이들이 집결한 특수1부에 사건을 재배당하며 제대로 파헤쳐 보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대검 중수부가 폐지되면서 특수1부가 최고 사정부서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첫 작품이 4대강 사업 비리로 결정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검찰은 겉으로는 이번 수사가 시민단체 고발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미 수 개월 전부터 4대강 사업 관련 비리 첩보를 수집해 특수1부에서 은밀히 분석작업을 해왔다. 단순히 담합비리를 보고 시작한 수사가 아니라 그 이상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실제로 압수수색에 200명이 넘는 대규모 인력이 동원된 점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대기업 압수수색을 실시해도 한 번에 100명 이상의 인력을 투입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업체에 동시다발적으로 들이닥치기 위해 검찰은 15일 특수1부 수사관은 물론 다른 인지부서 및 형사부 소속 수사관까지 현장에 투입했다.
검찰이 1차적으로 들여다보는 부분은 2009년 6월 발주된 4대강 사업 1차 턴키공사에 참여한 건설업체들이 조직적으로 입찰담합을 한 의혹이다. 지난해 6월 발표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시공능력 평가액 기준 상위 8개 업체에 1,115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고 8개 업체는 시정명령, 3개 업체는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발주 두 달 전에 서울시내 호텔에 모여 공구별로 낙찰회사를 미리 정하는 수법으로 경쟁입찰을 가장해 사실상 단독입찰 하기로 합의했다. 업체들의 불공정한 담합행위로 낙찰 예정가는 90%를 훌쩍 넘어 일반적인 경쟁입찰 예정가보다 3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이로 인해 1조원 이상의 예산이 낭비됐다는 추정도 나온다.
검찰은 이날 건설업체뿐만 아니라 이들 업체에서 용역을 받은 설계사무소 9곳도 압수수색 했다. 설계사무소는 건설업체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자주 활용돼 왔기 때문에 검찰이 건설업체와 설계사무소간 검은 거래의 실체도 파헤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설계사무소에 용역을 줄 때 사전에 조성할 비자금 규모를 미리 정하고 거래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업체에서 이런 수법을 활용해 실제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살펴본 후 사용처 추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공사편의 제공 명목으로 공무원들에게 금품이 전달됐는지, 임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리베이트를 받아 회사 돈을 빼돌렸는지 우선적으로 들여다 볼 예정이다.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4대강 사업을 정조준 한 배경에는 정권 실세와의 유착 의혹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있다. MB정부가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국책사업으로 밀어붙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MB정부 실세나 유력 정치인이 건설업체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혹이 확인될 경우 이번 수사의 파장은 예상 외로 커질 수 있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