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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내리면 다신 못 올려" 꿈쩍도 않는 빌딩 임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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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내리면 다신 못 올려" 꿈쩍도 않는 빌딩 임대료

입력
2013.05.1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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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인근의 22층짜리 건물은 지난해 말부터 3층과 5층이 비어 있다. 제일 꼭대기 층은 건물을 소유한 회사가 쓰고 있다. 21개층 중 2개 층이 비어 공실률은 9.5%에 이른다. 하지만 건물주는 임대료를 낮출 생각이 전혀 없다. 건물 소유 회사의 한 직원은 "경기가 나빠도 광화문 빌딩이란 자존심이 있고 새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낮추면 기존 임차인들이 반발해 어쩔 수 없이 현 임대료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 인근 빌딩에 10년 넘게 사무실을 임대해 여행사를 운영하는 이모(47)씨는 "임대료가 인하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건물주인이 바뀔 때마다 임대료를 올려달라는 요구만 받았다. 인근 사무실 공실률이 치솟던 지난해에도 무려 10%나 인상해 줬다. 이씨는 "건물주에게 공실이 많으니 임대료를 내려달라고 요구했으나, 싫으면 나가라는 대답만 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임대료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사무실을 비워둘지라도 한 번 임대료를 낮추면 다시 올리기 어렵다'는 임대인들의 고집과 불투명한 가격결정이 가장 큰 이유다.

15일 종합부동산서비스회사인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연면적 3,300㎡, 지상 5층 이상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 4.56%에서 올 1분기 6.54%로 2%나 상승했다. 하지만 월 임대료는 ㎡당 1만9,900원에서 올 1분기 2만600원으로 오히려 700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청소비와 전기세 등의 빌딩 관리비도 같은 기간 ㎡당 9,000원에서 9,300원으로 인상됐다. 공실률이 높아지면 임대인들이 공실을 줄이기 위해 임대료를 낮춰야 하는 게 상식이지만 반대 결과다.

건물주들은 공실률이 치솟아도 임대료를 내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주변 시세와 비교해 임대료가 낮으면 임차인들은 건물에 결함이 있는 것처럼 판단하기 때문에 향후 영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임대료가 떨어지면 건물 가치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공실인 사무실 임대료를 낮춰 임차인을 구하면 기존 임차인들이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기 때문에 일부 사무실이 비워져 있어도 어쩔 수 없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결국 공식적인 임대료는 부동산 경기와 상관없이 연간 3.5~4% 정도 인상한 금액을 내세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임대료가 아닌 다양한 혜택을 앞세워 실제 가격을 낮춰주는 건물주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할인마케팅이 일년 중 2, 3개월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 프리'다. 임대료를 받아야 하는 인테리어 공사 기간의 임대료를 받지 않거나 입주업체에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할인을 해 주는 건물들도 늘고 있다.

이처럼 '눈 가리고 아웅식'임대료 할인이 확산되고 있지만 공식적 가격은 높기 때문에 사정이 어두운 임차인들만 손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객관적인 건물 임대료 변동 현황을 확인하기가 어려워 임차인이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보리얼코 정해진 대리는 "현재 오피스 시장은 공급과잉으로 임차인 우위 시장이지만 임대료 결정과정이 불투명해 공식적 임대료는 그대로이거나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며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처럼 사무실 임대료에 대해서도 공신력 있는 시세 데이터가 갖춰지기 전까지는 불투명한 사무실 임대료 결정 관행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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