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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 "내 한국어 선생님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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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 "내 한국어 선생님은 ○○○다"

입력
2013.05.1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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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한국어 선생님은 바로 이 소주입니다."

15일 오후 '제16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 본선이 열린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크라운관. 무대에 오른 인도인 라비 꾸마르 린잔(25)씨가 품 안에서 소주병을 꺼내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는 "한국에 와서 낯가림이 심해 한 동안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며 "소주는 내게 한국 친구들을 만들어주고 한국어 사용할 기회를 준 최고의 선생님"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스승의 날을 맞아 '나의 한국어 선생님'을 주제로 열린 이날 대회에서 16개국에서 온 20명의 참가자들은 객석을 가득 메운 800여 명의 관객 앞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을 자랑했다.

예년보다 많은 40개국 1,218명의 유학생, 외국인 근로자, 결혼이민자들이 약 6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터라 하나 같이 한국어를 술술 쏟아냈다. 하지만 유창한 한국어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기상천외하면서도 일리 있는 이들의 한국어 선생님이다.

자신을 "노원구의 유명인사"라고 소개한 터키 소년 메트 우준(14)군은 본선 최연소 참가자답게 TV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과 한류열풍을 이끄는 K팝을 선생님으로 꼽았다. 우준군은 "'무한도전'을 보고 K팝을 들으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낯선 땅에서의 외로움을 극복했다"며 "오늘 우승하면 유재석과 지드래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인 크리스 존슨(25)씨에게는 친절하고 따뜻한 '식당 아줌마'가 최고의 선생님이었다. 존슨씨는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교과서 속 언어가 아닌 생활 속 한국어를 배울 수 있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치열한 경쟁 끝에 대상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케냐의 오만기 트레버 머카야(22)씨의 선생님은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다. 좋아하는 김 선수가 나오는 광고와 인터뷰 등을 보며 공부한 뒤 실력이 일취월장했기 때문이다. 머카야씨는 "케냐에서는 줄곧 1등만 했었는데 한국어 실력이 도무지 늘지 않아 괴로웠다"며 "그러던 중 김 선수가 허리 부상에도 이를 악물고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다 잡았다"고 말했다.

김중섭 경희대 국제교육원장은 "한국어과정 개설 2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나의 선생님'이란 주제를 잡았다"며 "이들이 한국어를 잘할수록 우리 사회가 소통하고 통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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