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로열더치셸과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스타토일 등 유럽의 대형 석유회사들의 가격담합 의혹 조사에 착수했다. 석유가 주요 파생상품이라는 점에서 유가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국제금융시장 등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우려된다.
EU 집행위는 14일 "원유와 정유, 바이오연료 분야 기업들이 공모해 가격을 왜곡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셸과 BP, 스타토일 등은 EU 집행위의 조사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으며 이탈리아 석유회사 ENI는 유가 정보 제공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 받았다고 밝혔다.
석유회사들의 유가 담합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영국 런던의 유가 공시업체인 플래츠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이 업체는 대형 석유회사가 정한 가격과 실제 거래가격을 반영해 기준 유가를 고시한다. 이 때문에 석유회사들이 담합해 정한 가격을 제출하면 플래츠는 이를 그대로 가격에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서부텍사스 원유(WTI),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유와 함께 세계 3대 유종인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특히 높다. 다른 석유의 가격은 브렌트유의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뉴욕타임스는 석유회사들이 최근 브렌트유 생산량이 감소하자 가격 조작에 나섰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의 자회사인 토탈오일트레이딩 SA는 EU 등에 "주요 에너지 지수에 기반한 시장가격이 연간 3, 4차례 우리의 가격과 일치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외신들은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지난해 파문을 일으켰던 영국 런던 은행간 금리 조작(리보) 사건과 같이 전세계 금융시장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리보 조작 혐의로 바클레이스와 UBS 등 대형 은행들은 25억달러가 넘는 벌금을 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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