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규(사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한 지 1년도 안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신 회장은 15일 금융지주 임원들을 불러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이 있고,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한계가 있다"며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과의 갈등이 사퇴 결심의 원인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이어 공개한 보도자료를 통해 "농협금융이 최근 들어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는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보다 유능한 인사가 회장직을 맡는 것이 농협금융 발전에 더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오늘 농협중앙회에 사의를 표명했다"며 "농협금융이 새 회장의 리더십 아래 그 설립 목적에 걸맞게 운영되기 바란다"고 덧붙여 금융지주 회장에게 거의 권한이 없는 현재 구조를 우회적 비판하기도 했다. 신 회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앞서 이명박 정권에서 '4대 천왕'으로 불린 강만수 전 KDB금융그룹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 사의를,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각각 밝혔다. 하지만 신 회장의 사퇴 배경에는 새 정부의 압박보다는 내부 권력 다툼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줄곧 최 농협중앙회장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 '신경분리'를 했음에도 최 회장은 농협지주의 조직 및 인사, 예산 등에 관여하고, 신 회장은 중앙회의 통제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면서 끊임없이 마찰을 빚어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겉으로 보기엔 신 회장이 인사와 조직 개편을 하지만, 최 회장과 비공식적으로 협의를 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권한은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에 비해 적으면서도, 금융지주를 향해 날아오는 화살은 신 회장이 모두 받아야 했던 것도 사퇴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표적 사례가 NH농협은행의 빈번한 전산사고. 농협은행은 2011년 4월부터 2년 사이 9번의 전산사고를 냈다. 농협은 계열사들이 하나의 통합 전산망을 사용하고 있는데다 은행 지점의 내ㆍ외부망이 제대로 분리돼 있지도 않는 등 문제가 많아 늘 금융당국의 감시 대상이 돼 왔다.
여기에 최근 금융지주 회장들의 잇따른 사퇴 행렬과 금융 공기업 CEO의 물갈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신 회장이 사퇴 결심을 굳힌 것이란 분석이다.
농협지주는 조만간 임시이사회를 소집한 뒤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할 예정이다. 회추위는 농협지주 사외이사 2명과 농협지주 이사회가 추천하는 외부전문가 2명, 농협중앙회 추천인 1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다. 회추위는 3~5 차례 회의를 갖고 최종 후보를 뽑은 뒤 이사회에 보고한다. 이후 대의원 총회를 거치면 후임 회장이 결정된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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