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5월15일)을 맞는 이 땅의 스승들 심리는 참으로 묘하다. 특히 유초중고 선생님들의 기분은 참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학교선생님은 안 찾아도 학원 선생님은 찾는다는 현상은 이제 낯설잖은 일이고, 지명도가 높아야 한다며 평생 동안 전혀 다른 일을 하던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교육감직을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일을 천직으로 삼아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은 유초중등학교에도 있고 대학에도 있다. 유초중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을 교사(주임교사·1급정교사·2급정교사 등)로,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을 교수(정교수·부교수·조교수 등)로 확연히 구분해 쓰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는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고등교육법 제15조는 교수의 임무를 ‘학생을 교육·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되, 필요한 경우 … 산학협력만을 전담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교사와 교수는 평소에 하는 일이 사뭇 다르다.
첫째, 관련법에서 보듯 교사는 교육만 하는데 비해 교수는 교육 외에 학문연구를 필수적으로 하여야 한다. 임용자격에 연구실적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심지어 교수는 교육은 않고 연구나 산학협력만을 전담할 수도 있다.
둘째, 교사는 정치활동을 할 수 없으나 교수에게는 허용되고 있다. 교수가 학문연구 혹은 정치활동을 할 때 교사는 지각하는 아이, 혼자 밥 먹는 아이, 소풍 못 가는 아이, 싸우는 아이 모두를 챙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마지막으로, 공통점처럼 보이는 ‘학생을 교육한다’는 점도 그 대상이 명확히 달라서 같은 점보다는 다른 점이 더 많다. 교사는 4~5세부터 18세 이하의 미성년 학생을 교육하고, 교수는 19세 이상의 성년 학생을 교육한다.
이처럼 하는 일이 아주 다른데도 일부 전직 총장들이 지명도를 앞세워 내년에 있을 교육감선거를 겨냥하여 열심히 출마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를 두고 유초중등학교 교사들이 큰 걱정을 하고 있다. 평생 교수로 살아오면서 달라도 너무 다른 유초중등학교를 얼마나 경험하고 교육감직을 준비하였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책상 앞에 ‘미래의 교육감’이란 목표라도 걸었더란 말인가?
혹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 교수라면 몰라도, 다른 분야에서 고차원의 ‘학문연구’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교사들과 차별화된 사고를 하시던 분들이 정년을 하고 혹은 앞두고 교육감직을 넘보다니 참 기개가 대단하시다. 무면허 운전하겠다는 배짱과 무엇이 다른가? 학문연구와 대학제자사랑을 삶의 보람으로 아시는 대다수 교수님들은 아마도 ‘교수라야 최고교육감’이 된다고 생각지는 않을 것이리라. 실정법은 교수에게도 교육감 후보 자격을 주고 있으나, 교육적 관점에서 볼 때 훌륭한 조문으로 보이지 않는다.
교육감직은 개구쟁이들의 콧물을 닦아주며 평생을 봉직하는 유초중등학교의 교사와 직원들을 지도·격려하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직위이다. 연구실에서 하는 고담준론이나 화학실험실 경험은 교육감직 수행에 필수조건이 아니다. 그보다는 교사와 행정가들과 뒤섞이며 터득한 체험과 교무실 분위기 그리고 철부지들의 재잘거림 뒤에 숨겨진 애환을 직접 공유하는 실무적 경륜이 필수조건이다. 교육감직은 한가로운 노총장들의 동아리회장이 아닌 것이다.
만일 평생 교사생활을 하고 은퇴한 교장이 대학총장 하겠다고 나선다면 우리 사회나 대학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부인이 경영하는 슈퍼마켓 일을 돌보시는 퇴임 대법관을 보고 잔잔한 감동을 받은 지가 엊그제건만, 일부 욕심 많은 박사들의 비뚤어진 용기가 교권추락으로 멍든 유초중등학교 스승들의 허전한 가슴을 더 아리게 하는 스승의 날이다.
권진수 경기 양서고 교장ㆍ전 인천시교육감권한대행
권진수 경기 양서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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