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로의 지뢰밭 포트홀' '이상기후로 도로파손 가속화' 등 도로의 파손 문제를 다룬 언론보도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공된 도로 포장이 설계수명(10~20년)에 도달하면서 노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며,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계속되는 겨울철 혹한과 잦은 폭설에 따른 제설제 살포량 증가가 파손을 가속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파손이 도로의 나이가 늘어가면서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도로의 수명은 무한한 것이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인프라 고령화의 실태와 개선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인프라 개선'을 위해 유지관리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도로 분야의 중점 추진 방향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날로 심해져 가는 포장 파손과 효율적으로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깊게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우선, 대규모 재포장이 필요한 경우 차량 전면통제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감기나 배탈이 나면 간단한 약 처방으로 나을 수 있지만 병이 심해지면 큰 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큰 수술은 입원을 동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로도 마찬가지다. 간단한 결함은 빠른 교통개방을 위한 긴급보수나 야간의 아스팔트 덧씌우기 공사로 해결할 수 있으나 결함이 심해지면 전면교통 통제를 전제로 보조기층이나 기층부터 재포장을 해야 될 경우도 있다. 이것을 무시하고 계속 긴급보수나 단순 덧씌우기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반복되는 유지보수와 이로 인한 잦은 교통체증과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도로 이용자의 몫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도 도로망이 어느 정도 형성된 만큼 미국 등 선진국 사례처럼 우회도로가 확보된 경우라면 간선도로라 할지라도 일부 구간을 며칠간 전면통제하고 공사에 들어갈 수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국민들은 지혜롭다. 동일구간의 반복된 보수에서 오는 잦은 교통체증과 경제적 손실을 제대로 알게 된다면, 또 잠시 불편하더라도 포장 재시공을 하고나면 리모델링한 아파트처럼 새 도로가 된다는 사실을 안다면, 잠시 우회도로를 이용하는 불편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명절 귀향길에 고속도로가 막힐 때 좀 불편하더라도 국도로 우회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물론 수개월 전부터 충분한 홍보로 도로이용자가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필수이다.
또 하나는 충분한 유지보수예산의 확보 및 책임시공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뒷받침이다.
나이가 들면 병원비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지보수비는 단순히 도로 총연장 대비 얼마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총연장에 도로의 나이를 곱한 액수로 정해져야 한다. 즉 갈수록 유지보수예산이 늘어나야 현재 상태를 겨우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도로는 이제 사람으로 치면 나이 50대에 들어섰다. 병원비가 많이 들어가기 시작할 때다. 유지보수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얼마 안 가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영세한 전문건설기업들의 책임시공 유도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적정한 수익보장 없이 고품질만을 요구한다면 수익이 기본인 기업이 응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전문건설기업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책임시공을 솔선수범할 수 있도록 주계약자 공동도급방식, 분리발주방식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또한 성능보증시방(Warranty Spec)의 도입 등을 통해 하자발생시 불이익을 예상토록 함으로써 하자발생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서영찬 한양대 교수ㆍ한국도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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