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선수(FA)가 도리어 규정 때문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2013년 남녀 FA 취득 선수들은 원 소속팀과 1차 협상 후 11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타구단과의 2차 협상에 들어갔다. 김요한을 비롯해 여오현과 이강주, 고희진 등 굵직한 선수들이 시장에 나왔지만 좀처럼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대한항공, LIG손해보험은 "여러 가지 사정상 영입이 힘들다"라고 공언할 정도다.
각 구단들이 말하는 여러 가지 사정을 짚어보니 FA의 보상 규정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FA를 영입하면 원 소속 구단에 전년 연봉 300%와 보상 선수 1명을 줘야 한다. 연봉 300%도 문제지만 보호선수 3명을 제외한 명단에서 원 소속팀이 지목한 1명을 내줘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구단들이 꺼리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올해 FA가 된 5명과 재계약했다. 이로 인해 FA의 추가 영입을 위해선 FA 계약자를 내놓아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생기게 된다. 안남수 현대캐피탈 단장은 "우리 선수들을 유지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며 영입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방인엽 삼성화재 사무국장도 "내부 단속을 하는 것도 버겁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삼성화재와 LIG, 드림식스는 FA 자격을 얻은 여오현, 고희진, 김요한, 이강주에게 계약을 제안했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가 커 1차 협상이 결렬됐다. 이들 구단은 다시 원 소속팀이 접촉할 수 있는 21일을 기다리고 있다. FA 최대어로 꼽히는 라이트 김요한은 5억원에 도장을 찍은 한선수(대한항공)만큼의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라이트의 경우 용병과 포지션이 겹치기 때문에 구단들이 선뜻 영입 의사를 밝히기가 쉽지 않은 것. 또 보상 금액만 9억1,500만원이다. 리베로와 레프트를 모두 볼 수 있고 그나마 젊은 이강주(30)가 가장 매력적인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에는 FA의 이적이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사회를 통해 FA 규정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보상 금액을 전년도 연봉의 200%로 줄이고 보호선수는 5명으로 늘이는 개정안이다. 지승주 대한항공 사무국장은 "내년부터는 FA 계약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기 때문에 FA 이적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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