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신기루 속에서 펼쳐지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 현대 문학의 거장인 스콧 피츠제럴드의 대표작인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피츠제럴드는 1920년대 미국이 넘치는 부로 흥청망청대던 일명 '재즈의 시대'를 통찰하며 당시 청춘들의 사랑과 낭만, 방황을 예리하게 조명한 작가다. 이 작품은 이미 1974년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이번 작품은'물랑루즈'를 만든 바즈 루어만이 메가폰을 쥐고,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광기의 사랑에 빠진 개츠비를 열연했다.
영화 초반은 황홀한 이미지와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 감독이 고집스레 재현해낸 당시 뉴욕의 풍경과 의상, 헤어스타일 등은 감탄을 자아낸다.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재즈도 흥을 돋우고 극의 몰입을 돕는다. 물질적 풍요와 사치의 시대에 순수한 사랑을 위해 성공을 향해 내달린 한 남자의 희망과 슬픔을 이야기하는 원작의 메시지도 큰 훼손 없이 잘 담아냈다.
때는 1920년대, 뉴욕이다. 주가는 치솟고 월가는 대호황이다. 수많은 파티로 도시는 환락에 젖는다. 문학을 꿈꿨던 시골뜨기 닉(토비 맥과이어 분)도 그 뉴욕의 부를 좇아 롱아일랜드 웨스트에그에 거처를 마련한다.
닉의 허름한 집 바로 옆은 거대한 유럽의 성을 옮겨놓은 듯한 저택으로 토요일마다 성대한 파티가 벌어지는 곳이다. 어느 날 닉에게 파티 초대장이 날아온다. 닉은 그곳에서 그 동안 모습을 감추었다던 개츠비를 만나고 서로 호감을 갖게 된다. 개츠비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닉의 사촌 데이지(캐리 멀리건)와의 만남이다. 5년 전 만난, 개츠비에겐 절대적 사랑의 여인이다.
마침내 데이지를 만나는 날 긴장한 개츠비의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사람을 시켜 닉의 집 주변을 새단장하고, 좁은 집안에 꽃다발과 케이크를 가득 채워놓는다. 초조히 기다리던 개츠비가 마침내 그녀가 당도하자 부끄러워 창문 밖으로 도망갔다가 비만 쫄딱 맞고 다시 돌아오는 모습에선 어쩔 줄 모르는 사랑, 그 설렘을 느낄 수 있다.
롱아일랜드와 뉴욕을 잇는 길은 중간에 잿더미 가득한 기찻길 옆 동네를 지나야 한다. 신기루 같은 뉴욕과 신기루 같은 사랑의 사이 시커멓게 존재하는 어두운 그림자이자 예고된 파멸을 이끄는 곳이다.
개츠비가 바다 건너 데이지의 집에서 비추는 초록 불빛에 애달파 하듯, 관객들은 개츠비가 쓰러질 때 클로즈업 된 디캐프리오의 초록 눈동자를 쉽게 잊지 못할 듯하다. 휘몰아치는 사랑, 그 묵직한 비극에 142분의 러닝타임이 지난 뒤 가슴이 오랫동안 아려온다. 16일 개봉. 15세 이상.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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