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도 갑을 관계가 엄연히 존재합니다. 드러나지 않은 을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게 저의 희망이자 역할입니다."
사진은 순간을 포착하는 정확하고 정직한 작업이다. 그러나 자칫하면 진실을 왜곡하는 매체가 될 수도 있다. 오랫동안 이러한 의미를 전달하고자 애쓴 이가 있다. 사진 에세이집 을 낸 사진작가 노순택(42)씨다. 그는 15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사진의 털'이라고 한 건 털 자체만으로 어떤 짐승인지 알 수 없듯이, 사진 한 장이 세상 모두를 반영하진 않는다는 뜻"이라며 "사진만으로 보이지 않는 숨은 의미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책에 용산 참사, 쌍용차·로케트전기 해고 노동자, 광우병 쇠고기 촛불시위, 연평도, 강정마을 등 약자들의 지난 5년간의 행적을 담았다. 하지만 그들의 삶과 고뇌를 직접 화법으로 풀지는 않았다. 예를 들면 2009년 5월 광주 금남로에서 로케트전기 해고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현장 사진이 그렇다. 비좁은 교통감시탑에 올라 복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과 현장에 풀어놓은 풍선을 한 프레임 안에 넣었다. 그러자 교통감시탑은 마치 새하얀 구름 위에 사뿐히 떠있는 섬처럼 아름다워 보인다. "아름다운 사진 같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해석은 달라진다"는 그가 사진으로 하고 싶은 말이다. 광화문 촛불시위도 수많은 반딧불이가 서울을 밝히는 듯 보인다.
유독 사회현안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궁금했다. "대학시절 어느 날 신문을 보니 제가 본 세상과 너무 다른 사진이 게재돼 있더군요. 학생들이 전경들을 구타하는…. 그때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했고, 언론사에서 5년간 기자로도 일했다. 그는 자신을 "장면채집자"라며"항상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남이 쓰지 않는 장면들을 수집"한다고 했다.
그는 19일까지 서울 통의동 류가헌갤러리에서 사진전 '어부바'를 연다. 아이를 업은 부모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면을 드러내겠다는 의미다. 내달에는 국군기무사령부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바뀌는 4년간의 행적을 담은 사진전도 열 참이다. "사진은 참으로 많은 것을 말해주는, 글보다 무서운 존재입니다. 독자나 관람객들에게 일부러 주장하는 바를 드러내진 않을 거에요. 그들이 스스로 우리의 현실을 사진을 통해 읽길 바랄 뿐이죠."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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