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의 앨범을 내고 결성 7년만인 2005년 해체한 4인조 밴드 불독맨션이 새 앨범 '리빌딩(Rebuilding)'을 들고 돌아왔다.
'폐가' 상태였던 불독맨션 '재건축'의 주춧돌은 2009년 가을 그랜드민트페스티벌 공연이었다. "우리가 마지막 공연 팀이었는데 그간 잊고 있던 무대 위의 쾌감이 확 올라오더군요. 일회성으로 그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각자 하던 일이 있으니 곧바로 실행하진 못 했지만 지난해 같은 페스티벌 무대에 다시 서면서 앨범을 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이한철·41)
불독맨션 해체 뒤 '슈퍼스타'로 큰 인기를 얻은 이한철을 제외한 세 멤버는 세션과 강의로 음악 활동을 이어 갔다. 대학 동창인 서창석(38)과 이한주(38)는 다른 밴드를 구상하기도 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이한주는 서울의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불독맨션을 위해 이번에 사표를 썼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넥타이 매고 출근하는 삶을 7년간 살았는데 조직 생활에 적응이 쉽지 않더군요."
다시 뭉치기로 결정한 뒤 가장 큰 숙제를 떠안은 사람은 작곡을 맡은 이한철이다. 불독맨션으로 활동하던 시기에 작곡해 둔 곡도 많았지만 새 앨범을 위해 다시 펜을 들었다. "예전에 했던 '데스티니'나 '밀크' 같은 노래를 해 보고 싶어서 만든 첫 곡이 '더 웨이'입니다. 신기하게도 다시 모이니까 딱히 주문을 안 해도 10년 전 상황으로 돌아가더라고요. 짜릿했죠."
16일 발매하는 '리빌딩'에는 다섯 곡이 담겼다. 팬이라면 다섯 곡으로 끝나는 앨범에 아쉬움을 느낄 만도 하지만 멤버들은 "열 곡 안팎으로 채우려고 했으면 발표가 늦어졌을 것"이라며 앞으로 순발력 있게 신곡을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독맨션은 색깔이 뚜렷한 밴드다. '춤을 출 수 있는 밴드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다섯 곡 중 '침대'를 제외한 네 곡을 업템포의 펑키 사운드로 중무장했다. 연주력을 뽐내는 음악이 아니라 멤버들 사이의 교감이 더 중요한 곡들이라 밴드의 조화가 최우선이다. "우리 음악은 악기마다 부딪히는 리듬이 많아서 정리가 잘 안 되면 시끄럽게 들릴 수 있어요. 하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를 주고 받지 않아도 서로 챙겨주게 되더군요."(조정범·41)
밴드는 새 노래들로 무대 위에 설 기대에 들떠 있다. 자신들의 음악으로 관객들과 호흡하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단독 콘서트는 6월 중순으로 계획하고 있다. 서창석은 "예전보다 힘 빼고 즐기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다 온통 공연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며 "공연 때 더 재미있고 신나는 밴드가 되는 게 불독맨션의 목표"라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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