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1위 광고기획사인 제일기획에 대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협력업체에 대한 이른바 '납품 단가 후려치기'를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광고업계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지적한 만큼, 공정위 조사가 광고업계 전반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14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제일기획 본사에 직원 8명을 급파했다. 공정위 직원들은 총무, 기획, 인사팀 등이 위치한 본사 건물 6층에서 각종 자료를 가져갔다. 조사 목적은 납품단가 후려치기 실태 파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최근 박 대통령이 광고업계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지적한 이후 이뤄졌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도 조사가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공정위 업무보고에서 "일감 몰아주기로 혁신적인 광고업체들이 사장된다면 시장 전체의 역동성을 저해할 것"이라며 광고산업을 대기업들의 대표적 일감 몰아주기 분야로 지목했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해 박 대통령이 특정 산업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실제로 광고업계를 양분하는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전체 매출액 중 그룹 관련 매출이 절반을 넘는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제일기획은 삼성전자 한 곳에서 발생한 매출액이 사상 최대인 4,592억원으로, 전체의 53.7%에 이른다. 이노션 역시 현대ㆍ기아차와 관계사로부터 발생한 매출액이 전체의 54%였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광고 물량을 줄이면서 독립형 광고회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 와중에도 재벌기업의 광고회사들은 모기업 물량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경기 침체로 국내 광고시장이 전년 대비 2.2%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제일기획의 경우 삼성전자에서 발생한 매출만 전년 대비 31% 급증해 타격이 적었다. 이에 대해 제일기획 관계자는 "우리는 총수 일가 지분이 없고 상장사이므로 일감 몰아주기로 총수 일가에게 배당금을 주는 다른 그룹 계열사와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광고와 물류 분야에서 기존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에 수의계약으로 발주하던 물량 중 각각 1,200억 원(65%)과 4,800억 원(45%) 가량을 중소기업 발주와 경쟁입찰로 전환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그러나 다른 대기업들은 아직까지 광고 물량을 중소기업 발주나 경쟁입찰로 전환하는 계획 등을 밝히지 않았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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