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조사한 민정수석실의 이후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이 민정수석실의 조사 내용을 정면 부인하고 있는데도 민정수석실이 공식적으로 이를 공개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조금씩 흘려 또 다른 진실공방 양상이 벌어지는 것을 두고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민정수석실은 윤 전 대변인이 귀국한 직후 조사를 벌여 진술을 들었고, 13일까지 방미수행단에 포함됐던 홍보수석실 직원들을 불러 조사했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한 조사를 어느 정도 마친 셈이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은 14일까지 조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이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윗선의 귀국 종용'을 주장하자 비공식 라인을 통해 '윤 전 대변인이 여성 인턴의 엉덩이를 만졌고, 피해 여성이 윤 전 대변인 숙소로 올라왔을 당시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았음을 시인했다'는 민정수석실 조사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으로 사안이 '귀국 종용'을 둘러싼 진실공방으로 변질되자 청와대가 '파렴치한 윤창중'을 부각하기 위해 조사 내용을 이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윤 전 대변인은 13일 일부 기자들에게 "민정수석실 조사 결과는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진실게임을 촉발했다. 그런데도 민정수석실이 '윤 전 대변인의 자필 사인이 있다'는 조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정수석실이 윤 전 대변인 귀국 직후 5시간 정도 벌였다는 초기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에도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청와대 홍보수석실 등을 중심으로 "전체 조사 내용을 공개해 정확한 사실을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즉 조사 내용이 비공식적으로 파편화 돼 공개되고 있는 것이 사실상 민정수석실의 묵인 아래 이뤄지는 만큼 조사 내용 전체를 공식적으로 공개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자는 것이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측에서는 법적인 문제 등을 이유로 조사 내용 공개에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곽상도 민정수석이 12일 기자들을 만나 윤 전 대변인 귀국 종용 지시와 관련 "귀국을 지시했다는 건 우리나라 법으로는 아무런 범죄가 안 되며 미국 법에 의해도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말한 것도 도마에 올라 있다. 윤 전 대변인의 귀국 종용 여부가 '청와대의 범죄 용의자 도피 종용 내지는 방조'라는 도덕성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법적으로만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은 민정수석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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