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주미 한국대사관과 한국문화원의 초기 상황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성추행 내부신고를 묵살하고 윤 전 대변인의 출국과정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초기 대응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문화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방미를 위해 인턴과 운전기사를 고용하고 차량을 대여하는 등의 지원업무를 담당했다. 성추행 피해자인 한국계 여성 인턴과 윤 전 대변인의 운전기사 역시 한국문화원이 고용한 직원들이고 피해자로부터 성추행 사실을 듣고 미국 경찰에 최초로 신고한 피해자의 룸메이트 여직원도 문화원 소속이었다.
우선 피해자의 룸메이트였던 여직원 사직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여직원은 룸메이트인 피해자가 사건 직후 울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당사자였다는 것은 주미 한국대사관 등의 자체 조사에서도 이미 밝혀졌다. 여직원은 이번 사건 직후 사직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문화원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문화원은 "대통령 방미 행사 이후 그만 둘 예정이었다"면서도 방미 행사 도중 사표를 제출한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문화원은 성추행 신고를 묵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성추행 피해자는 8일 오전6시쯤 윤 전 대변인의 호출을 받고 숙소로 올라갔다 윤 전 대변인의 알몸을 보고 놀라 울면서 상급자들에게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문화원 직원들은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고 이에 화가 난 피해자와 룸메이트인 문화원 여직원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문화원 측은 "해당 사실을 곧바로 청와대 선임행정관에게 알렸으며 보고를 묵살한 바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한국문화원은 윤 전 대변인의 출국과정을 지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문화원은 현지 경찰이 사건 현장에 출동한 이후 윤 전 대변인의 출국을 위해 여권을 가져다 줬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 워싱턴 시내에서 덜레스 공항까지 이동을 위한 차량을 지원하고 항공권 예약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확하게 언제 누구로부터 윤 전 대변인의 출국을 도우라는 지시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알려진 대로 8일 오전 9시30분(현지시각)을 전후한 시각 이전에 윤 전 대변인의 출국이 상부에서 결정됐다면 청와대 혹은 주미대사관이 윤 전 대변인을 도피시켰다는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피해자가 자신이 묵고 있는 객실의 출입문을 잠그고 현지 공관 관계자들의 접근을 막은 사실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가 한 차례 공관 관계자를 만난 직후 객실문을 잠갔던 점으로 미뤄 현지공관이 사건 무마 내지 축소 압력을 넣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문을 잠근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공관 관계자는"사건을 무마하거나 인턴 여직원을 위협ㆍ협박한 적은 없다"며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뒤 타인과 접촉하기 싫다는 차원에서 문을 잠근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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