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미국 경찰에 자진 출두하지 않을 경우 도피범으로 간주돼 최고 징역 5년에 처해질 수 있는 것으로 13일(현지시간) 나타났다. 반대로 스스로 출두하면 길어야 구류 180일에 실형 90일이 선고될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워싱턴 경찰은 현재 윤 전 대변인의 혐의를 최고 벌금 1,000달러와 구류 180일이 가능한 경범죄성 성추행으로 판단하고 있다. 만약 윤 전 대변인이 호텔 방에서 피해 여성에게 알몸을 노출했다면 별도로 90일 실형이 추가된다. 두 경우가 동시에 적용돼도 최장 270일 동안 수감되지만 초범이라면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이 미국 출국을 거부하고 한국에서 버티면 성추행 혐의와 별도로 도피범으로 규정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연방형사법 1073조는 경범이든 중범이든 수사기관의 법 집행을 피해 해외로 도피했을 경우 최고 징역 5년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정&어소시에이트의 정홍균 변호사는 "미국 정부가 도피범 조항을 적용할지는 수사 이후 알 수 있다"며 "윤 전 대변인은 자진 출두하는 것이 도피범으로 강제 압송되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이날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미국 국무부와 워싱턴 경찰에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을 신속하게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최영진 주미대사는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와 함께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면 좋겠다는 뜻을 미국 당국에 전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일어난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공분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정부가 개인 범죄에 개입, 해외 사법기관에 이런 요청을 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 따라 미국 수사를 피해 윤 전 대변인을 도피 귀국시킨 의혹이 있는 한국 정부가 이번에는 자국민 권익을 훼손하며 해외 수사에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 경찰은 한국 정부의 수사 요청과 관련해 "연방검찰의 협조(지휘) 아래 수사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연방검찰의 수사 지휘는 워싱턴이 연방법 적용을 받기 때문"이라며 "미국 정부가 수사에 개입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이나 사법 조사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나 워싱턴 경찰에 문의하라"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워싱턴 경찰은 법리 검토를 거쳐 성추행 피해자를 추가 조사하는 등 곧 본격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경찰은 당사자들의 전화 기록과 1차 성추행 장소인 워싱턴호텔 와인바의 영수증 내역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와인바와, 2차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페어팩스호텔의 객실 주변 폐쇄회로(CC)TV 자료를 확보, 성추행 혐의 입증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주미대사관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윤 전 대변인의 죄목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해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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