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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찾기' 사이트에 선생님이 없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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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찾기' 사이트에 선생님이 없는 까닭은

입력
2013.05.1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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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쳐 봐도 우리 선생님이 나오지 않습니다. 쓸모도 없는 프로그램을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경기 과천시에 사는 이모(30ㆍ회사원)씨는 올 9월 예정된 결혼식에 초등학교 은사를 초대하기 위해 최근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의 '스승 찾기' 코너에 들어갔다 울화통이 터졌다.

아무리 검색해도 은사가 나오지 않자 '기억을 잘못했나' 싶어 성을 바꿔가며 10여 차례 시도했지만 헛수고였다. 이씨는 "말썽꾸러기였던 내가 결혼하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시간을 내 교육청으로 찾아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가 스승 찾기 코너에서 초등학교 은사 찾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경기도교육청 내 초ㆍ중ㆍ고 전체 교사 중 약 17%만 개인정보 공개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가 각 지역교육청 인터넷 사이트에 설치한 스승 찾기 코너가 헛돌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전체 교사 10만3,000여 명 중 개인정보를 공개한 교사는 1만7,057명에 불과하다. 대전시교육청은 1만4,249명 가운데 52.8%인 7,528명이 공개했고, 전북도교육청은 1만9,000여 명 가운데 2,000여 명이 공개해 그나마 공개율이 높은 편이다.

스승 찾기는 실명 인증 뒤 학교명과 교사 이름을 검색해 현재 재직 학교와 연락처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돼 있어 개인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교사는 연락처를 찾을 수 없다.

교사들이 개인정보 노출을 꺼리는 이유는 제자가 아닌 제 3자에게 정보가 유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교직생활 32년째인 서울 강서구 A중학교 장모(55) 교사는 "제자들이 잊지 않고 찾아주는 것은 교사생활의 가장 큰 보람이지만 포털사이트나 금융기관에서도 개인정보가 속속 유출되는 마당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이유로 정보 공개를 꺼리는 교사들도 있다. 서울 강남의 B중학교 이모(45) 교사는 "10여 년 전 제자에게 연락이 와 반갑게 받았더니 보험을 들어 달라고 도움을 청하더라"며 "동료 교사 중에는 다짜고짜 '학교 다닐 때 왜 때렸냐'는 등 욕설까지 들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담당자가 전화 상담 후 직접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퇴직교사를 찾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직 교사 정보는 관리가 되도 퇴직 이후의 정보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년 5월 15일 스승의 날 전후로 은사를 찾으려는 제자와 정보공개를 원치 않는 교사들 사이에서 교육당국은 난감한 표정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스승을 찾으려는 제자들을 위해 교사들에게 정보공개를 부탁하고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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