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경찰이 검찰의 협조(지휘) 하에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을 수사하기로 하면서 향후 적용될 죄목과 처리 절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은 윤 전 대변인이 미국 경찰에 자진 출두하거나 반대로 한국에서 버틸 경우 어떻게 처리되느냐 하는 것이다.
경찰이 윤 전 대변인에게 1차로 적용한 죄명은 구류 180일 가능한 경범죄성 성추행이다. 추가 범행이 드러나면 징역 1년 이상의 중범으로 단죄될 수도 있다. 만약 윤 전 대변인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한국에 남아있으면 상황이 약간 복잡해진다. 경찰은 소환장을 발부받은 뒤 기소중지 형태로 그가 미국에 올 때까지 수사를 보류할 수 있다. 그러나 징역 5년이 가능한 연방형사법상 도피범으로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그는 한미 범죄인 인도청구 대상이 돼 강제 압송된다.
1차 성추행 180일 구류
경찰은 보고서에서 윤 전 대변인이 7일(현지시간) 밤 워싱턴호텔 와인바에서 인턴사원의 엉덩이를 허락 없이 만진 것을 경범죄성 성추행으로 규정했다. 경범죄라고는 해도 벌금 1,000달러와 구류 180일이 가능한 중경범죄다. 그러나 초범인 그가 수사에 협조하면 벌금형과 한국 기관 사회봉사 명령을 받게 된다.
윤 전 대변인은 8일 새벽 인턴사원을 페어팩스호텔의 방으로 불러 엉덩이를 만지는 2차 성추행을 한 의혹도 받고 있다. 그러나 미국법은 추가 범죄를 가중처벌하지 않고 병합 처리하기 때문에 2차 성추행에도 경범죄성 죄목이 적용되고 형량은 합산된다. 인턴사원이 윤 전 대변인이 알몸 상태인 줄 알고도 그의 방에 들어갔다면 법률상 '동의'가 돼 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알몸 노출은 90일 실형
윤 전 대변인이 인턴 사원을 자신의 방으로 불렀을 때 '노 팬티' 상태로 있었다면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 성추행과 별도로 음란 노출 혐의가 적용돼 벌금 300달러 또는 최고 90일 실형에 처해질 수 있다. 성추행과 신체 노출 혐의가 동시에 인정돼도 한미간 범죄인인도청구가 가능한 징역 1년 이상의 형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 중죄가 적용되지 않으면 그를 미국으로 압송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위협ㆍ감금 했으면 중죄
인턴사원을 겁박하고 신체적 위협과 폭력을 가했으면 중범죄가 성립된다. 피해 여성이 호텔 방에서 나가지 못하게 했어도 감금ㆍ납치의 중범죄가 된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발견돼 윤 전 대변인에게 이 같은 중범죄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경찰 초기 조사 기록에 인턴사원이 위협 또는 감금과 관련한 진술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해 여성이 말을 바꿀 수는 있지만 그 경우 진술의 신빙성이 문제가 된다.
도피자로 처리되면 징역 5년
윤 전 대변인이 수사를 계속 기피하면 미국 검찰은 성추행 혐의로 그를 기소한 뒤 연방수사국(FBI)과 연방보안국 등에 윤 전 대변인의 처벌을 요구할 수 있다. 연방형사법 1073조는 경범이든 중범이든 수사기관의 취조, 증거 제출, 소장 전달 등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할 경우 원래 혐의와 별개로 최고 징역 5년형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한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수 있다. 원래 혐의는 길어야 구류 6개월이지만 이를 피하려다 징역 5년을 더 살 수 있는 것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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