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매치'의 주인공은 김상현(SK)도, 송은범(KIA)도 아니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사이드암 투수 신승현(KIA)이 가장 빛났다. 올 시즌 줄곧 2군에만 머물던 신승현은 트레이드로 KIA에 가자마자 2경기 무실점으로 자리를 잡더니 14일 광주 SK전에서 2-0으로 앞선 7회 완벽한 투구로 2004년 6월4일 인천 삼성전 이후 3,266일 만에 첫 홀드를 기록했다.
신승현이 발판을 놓자 KIA는 함께 이적한 송은범-앤서니를 가동해 3-1 승리를 따냈다. 5연패에서 벗어난 KIA는 시즌 18승(1무13패)째를 거뒀다. 또 지난 6일 트레이드 이후 맛 본 첫 번째 승리다. KIA는 0-0으로 팽팽히 맞선 5회말 2사 만루에서 신종길이 2타점 적시타로 균형을 깼다. SK가 8회초 최정의 시즌 10호 솔로포로 따라오자 KIA는 8회말 1점을 추가해 승기를 잡았다.
KIA와 SK는 지난 6일 근래 보기 드문 대형 트레이드를 했다. KIA는 거포 김상현과 왼손 투수 진해수를, SK는 불펜 요원 송은범과 신승현을 내줬다. 트레이드 당사자는 애써 신경을 안 썼지만 주위에서는 손익계산서를 두드리기 바빴다. 그러나 정작 KIA, SK는 성적으로 재미를 못 봤다. 트레이드 이후 KIA는 5연패, SK는 3승3패로 반타작했다.
서로 간에 유니폼을 바꿔 입고 경기에 나간 지 정확히 168시간이 흘렀다. KIA와 SK는 14일 광주구장에서 만나 '친정 매치'를 벌였다. 두 팀의 경기에 팬들 또한 관심이 뜨거웠다. 경기 시작 10분 전인 오후 6시20분에 1만2,500석이 모두 팔렸다. 시즌 광주구장 6번째 매진이자 평일 2번째 매진 기록이다.
SK 김상현은 일주일 만에 만난 광주 팬들 앞에서 첫 타석에 서기 전 헬멧을 벗어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이에 팬들은 많은 박수로 화답했다. 6회초에는 상대 선발 김진우의 공이 몸 쪽으로 날아오자 그대로 놀라 넘어진 김상현을 향해 '김상현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김상현은 4타수 무안타로 4번 타자다운 활약을 전혀 못 했다.
KIA 송은범 또한 아쉬움을 남겼다. 2-0으로 앞선 8회초 마운드에 올라 선두 타자 조동화를 3루수 땅볼로 잡았지만 3번 최정에게 1점 홈런을 맞았다. 송은범이 경기 전 "스프링캠프부터 최정은 대충 휘두르는 것 같아도 다 장타로 날려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던 대로 최정에게 제대로 맞았다. 송은범은 4번 김상현을 3루 땅볼로 처리하고 한숨을 돌리는 듯 했지만 5번 박재상에게 내야 안타를 내준 다음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앤서니가 후속 타자 김강민을 2루 땅볼로 막아 실점은 늘어나지 않았다.
신승현은 경기 후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지기 싫었다"며 "시즌 전부터 준비 과정이 좋아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었다. 조규제 투수코치님이 계속 기회가 갈 것이라고 해서 정신적으로 편한 상태에서 던질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목동에서는 한화가 선두 넥센을 7-2로 물리쳤다. 한화 선발 김혁민은 7회까지 삼진 4개를 곁들이며 5안타 1실점으로 막아 2승(4패)째를 올렸다. 2번 한상훈은 5타수 5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둘러 팀 공격을 이끌었다.
삼성은 잠실 두산전에서 7-3으로 승리, 7연승을 달리며 20승 고지에 올랐다. 삼성은 이날 한화에 패한 넥센(21승11패)을 제치고 올 시즌 처음으로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 해 9월27일(부산 롯데전)부터 10월4일(대구 SK전)까지 7연승을 기록한 이후 개인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을 세웠다. 부산에서 열린 롯데와 NC전은 연장 12회 혈투를 벌였지만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함태수기자 hts@hk.co.kr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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