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삼성물산 건설부문 싱가포르지사의 현지 채용직원이 쌍용건설의 싱가포르 주요 발주처에 이메일을 보냈다. 내용은 쌍용건설의 자금난을 다룬 영문 기사들이었다. 그 밑에는 삼성물산 해당 직원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 등이 적혀 있었다. 이메일이 싱가포르 건설관련 업체들 사이로 유포되던 2월 쌍용건설은 금융권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쌍용건설은 이메일을 받은 협력회사의 제보로 이 사실을 알게 된 직후 삼성 측에 항의하자, 삼성물산은 "싱가포르지사 현지 외국인 직원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보낸 메일"이라고 해명했다. 쌍용건설은 삼성물산의 명예훼손 소송까지 검토했지만, 회사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판단해 삼성물산에 주의를 당부하는 선에서 마무리 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생존을 위해 해외에서 죽기살기로 뛰고 있는데, 약자를 돕지는 못할 망정 흠집 내기에 열심인 게 말이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당시 쌍용건설과 수주관련 경쟁관계도 아니었고 조사결과 현지 채용인의 개인적 이메일이었다"며 "쌍용 측에 공식적으로 사과해 마무리 된 것"이라고 밝혔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경쟁 업체들로부터 해외 건설시장에서 상도의(商道義)에 어긋나는 수주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이 3월 호주에서 56억 호주달러(한화 6조5,000억원) 규모의 '로이힐 철광산 인프라 건설공사'를 수주한 것을 놓고도 개운치 않은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이 프로젝트는 포스코건설과 STX건설 컨소시엄의 수주가 유력했다. 두 회사의 모기업인 포스코와 STX가 발주처인 로이힐 홀딩스에 각각 1조7,000억원과 1,500억원의 지분을 투자한 주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포스코건설과 STX건설 컨소시엄은 1년6개월 동안 임직원 100여명을 투입해 현지조사를 진행했고, 지난해 10월 설계ㆍ구매ㆍ시공 일괄 수주(EPC)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사업 수주의 최종 승자는 삼성물산이었다. 삼성물산 측은 "로이힐 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실제 발주처인 행콕사가 지난해 5월부터 삼성의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해 왔지만 국내업체끼리 경쟁할 수 없어, 포스코ㆍSTX 컨소시엄과 협의해 하청업체 자격으로 항만 공사만 맡기로 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콘소시엄이 단독 제출한 입찰계획서를 로이힐 측이 올해 1월 포스코가 참여한 이사회에서 정식으로 거절하고 경쟁입찰로 돌아서는 바람에 수주전에 참여하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 3월 삼성물산은 최종 입찰에서 56억호주달러를 적어내 63억호주달러를 써낸 포스코 컨소시엄을 제쳤다.
STX건설은 삼성물산이 저가 수주로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했다며 발끈했다. STX건설ㆍ중공업의 이희범 부회장은 최근 청와대와 정부 관련 부처에 "삼성물산이 로이힐 철광산 개발 인프라 건설공사를 덤핑 수준의 낮은 가격에 따냈다"는 내용의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건설업종과 해외건설 쪽에서 후발주자인 데다 삼성 특유의 실적주의 압박을 받다 보니 종종 상도의를 어긋나는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발주처의 요청에 따라 정당하게 입찰에 참여했고 다른 회사보다 나은 사업수행 능력으로 저가수주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해명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액이 10조1,002억원으로 현대건설에 이어 2010년부터 3년 연속 2위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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