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산의 공립어린이집에서 여교사 2명이 17개월짜리 여자 어린이를 피멍이 들도록 때린 사건이 발생,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문제는 아동 폭행 외에도 어린이집 통원 시 운전기사와 인솔교사 부주의로 인한 교통사고, 부실한 급식 및 간식 등 어린이집 관련 사건ㆍ사고가 빈발하고 있지만, 매번 정부의 대책은 별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일회성 처방 보다는 어린이집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주문했다. 장미순 참보육을위한부모연대 운영위원장은 “정부는 부족한 보육서비스를 공적 영역으로 확대하기보다 민간 어린이집을 지원하면서 시장에 의존해 왔다”며 “정부의 보육철학을 효율 중심의 경제논리보다 아동의 성장발달과 인권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도희 변호사는 “현재 보육교사 1인당 돌보는 아이 수가 0~2세의 경우 3~7명, 3~4세는 15~20명으로 많음에도 월 급여는 120여만원에 불과하다”며 “교사 1인당 어린이 수를 조정하거나 교대근무 등의 방안을 검토하는 등 보육교사의 근무환경 개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돈벌이 수단 전락한 보육현실이 문제… 돌봄의 공공성 강화가 부실해결 첫발”
●장미순 참보육을위한부모연대 운영위원장
어린이집 90% 이상이 민간형투자비 회수·수익에 현혹 가능성아이들 성장발달·인권 우선돼야
최근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가 심각해지면서 보육현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동학대와 비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어린이집 이용자 가 많아지면서 이런 일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최근 5년간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발생건수는 연 평균 104건이다. 그 동안 보육을 공적 영역으로 확대하기보다 민간 어린이집을 지원하면서 시장에 의존한 결과다. 현재 어린이집 중 90% 이상이 민간 어린이집이다. 민간 어린이집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은 상당하며, 아동 수에 따라 권리금을 얹어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이 자기 돈을 투자해서 운영하다 보니 투자비용 회수와 이윤 획득을 위해 각종 편법과 불법을 저지르게 되고, 아동이 돈벌이 수단이 되면서 아동학대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무상보육이 시행되고 있지만, 정부가 보육의 공공성 강화가 아닌 부모의 보육료 완화라는 정책에 집중하면서 보육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어린이집만 수익성 좋은 사업이 되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보육에서 주도권은 부모가 아닌 어린이집 원장에게 있고, 부모들은 아이를 맡기는 상황에서 어떠한 요구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실질적으로 보육의 질을 담당하는 보육교사의 근로조건이 매우 열악하고, 어린이집 내에서 보육교사의 권리행사가 쉽지 않아 어린이집 운영이 주로 원장 중심인 것도 문제다. 또 표준보육비용이 너무 낮게 책정되어 있어서 보육료만으로 어린이집 운영이 어려운 현실은 어린이집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놨다. 이로 인해서 각종 리베이트, 횡령, 추가요금 강요가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련 공무원 숫자가 적어 관리ㆍ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 어린이집의 부실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형 어린이집을 확대하고 있다. 공공형 어린이집은 기존 민간 어린이집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신 3년마다 한 번씩 평가인증을 받는 시설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영리 추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공공형 어린이집은 '가짜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표현되고 있다. 수많은 어린이집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평가인증이 필요하기는 하나 평가인증만으로 어린이집 운영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가 일어날 때마다 보육교사 자질이 문제 되면서 자격요건과 처벌을 강화하는 방법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전문직이었던 보육교사가 최근 들어 아무나 할 수 있는 비전문직이 된 것은 단기코스만 이수해도 자격증을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정부의 책임이 크다. 돌봄 가치에 대한 저평가 속에 저임금으로 고용을 창출하려는 의도가 보육의 질을 떨어뜨린 것이다.
교사 대 아동비율이 높고 장시간 고강도의 노동을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해야 하는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리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처벌을 강화해도 아동학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 비해 CCTV 설치된 곳이 많아졌지만,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가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린이집 내의 문제는 어느 한 부분만 개선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육철학부터 바꿔야 한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보육에서 경제논리가 우선시된 경향이 있는데 이를 바로 잡고 아동의 성장발달과 인권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단순히 국가가 재정적 지원만 求?방식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아이를 돌보는 공동의 책임을 강화하여 큰 그림으로 구조를 그리고 다양한 방법들을 채택해야 한다. 먼저, 국공립어린이집 대폭 확충과 보육교사 처우 개선이 시급한 과제다. 그리고 부모들이 상황에 맞게 보육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맞춤보육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어린이집이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고 그것을 교사와 부모가 견제할 수 있는 세력관계의 균형이 필요하다. 이런 것이 이뤄지려면 시장을 개혁하려는 정부의 과감한 의지가 필요하다.
“사고 때마다 처벌·규제 강화는 미봉책… 보육교사 처우개선·자질향상이 예방책”
●이도희 변호사
허가서부터 엄격한 심사 통해자격미달 보육기관 설립 차단무분별한 관련법도 정비 필요
최근 어린이집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따갑다. 많은 우려가 섞인 목소리와 비난들이 쏟아지고, 여러 가지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는 소위 '문제 있는' 보육교사 또는 원장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라는 측면에서 우선 접근하자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과연 처벌규정을 무시무시하게 만드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유효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러한 문제들이 불거지게 된 원인부터 제대로 분석하고 출발해야 온당할 것이다.
첫째, 보육교사들에 대한 처우가 매우 열악하다. 보육교사들은 하루 12시간 정도의 노동, 그것도 의사소통이 용이하지 않은 영유아들을 돌보는, 육체적ㆍ정신적으로 매우 강도 높은 피로를 감내해야 하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현재 보육교사 대 아동의 비율은 0세 1:3, 1세 1:5, 2세 1:7, 3세 1:15, 4~5세 1:20이다. 0~1세의 영아들만을 기준으로 해도 세 쌍둥이 내지 다섯 쌍둥이를 돌보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손에 쥐어지는 급여는 월 120여만원에 불과하다. 또한 보육과 같은 소위 '감정노동'에 의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편이나 근로기준법 상의 휴게시간조차 제대로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이러한 보육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는 데에 한 몫 하고 있다.
둘째, 유치원이나 사회복지기관 등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들에 비해 사후적 규제와 제한은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자주 변경된다. 국가의 필요에 의해 수많은 어린이집의 설립은 장려하였음에도, 관련된 제도를 자주 변경하거나 많은 법령이 하위법, 즉 대통령령이나 보건복지부령에 의존하고 있으며 법령 및 지침의 해석도 지방자치단체간에 통일되어 있지 않아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형사적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사자의 의견청취 등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간소한 행정절차만으로 자격을 취소ㆍ정지하거나 보조금을 삭감하는 등의 과도한 제재가 가해지고 있어 이를 악용하려는 자들도 일부 존재한다.
셋째, 지나친 규제 및 형벌 만능주의가 팽배한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다. 일단 형량을 높이거나 범죄기준을 낮추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간 어떤 사회적 이슈가 발발하였을 때 특별법을 통과시키거나 행정지침을 강화하는 것으로써 쉽게 사회적 파장을 잠재워왔던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아동관련 사안은 사후적 대책이 능사가 아니다. 관리기관의 사전적 예방을 강화하고 해당 분야의 진입장벽을 높여 보육기관의 질적 향상 자체를 꾀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관련 법령이 40여 가지가 넘고, 보건복지부 지침만도 400여 페이지가 넘는 상황을 직시하고 이러한 법률을 통합하여, 현장에서 보다 이를 쉽게 숙지하고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것이다.
제2의 부모이자 아이들의 첫 선생님 역할을 수행할 보육교사, 이들이 갖춰야 할 자질과 이들에 대한 대우는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가치에 비례하여야 한다. 만약 이러한 개선이 당장 이루어질 수 없다면 교사 1인당 어린이 수를 조정한다거나 교대근무 등의 방안을 검토하는 등 보육교사의 근무환경 개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전문성 있고, 책임감 있는 인력이 수급되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대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 전국의 사회복지전담공무원(보육담당)은 약 1만2,000여 명으로 각 읍ㆍ면ㆍ동에 1~2명 꼴로 근무하고 있는 현실(2012년 6월 기준)도 개선돼야 한다. 이는 단순히 처벌이나 제재만을 강화하고 끊임없는 규제를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허가단계에서는 철저한 조사와 엄격한 심사가 선행되도록 하여 자격미달의 보육기관 설립과 부정행위를 사전적으로 예방하되, 기존에 형성된 법질서를 우선 잘 정비하고 통합하여 과잉 규제와 차별은 철폐하고 명확한 지침을 전달하여 예측 가능한 행정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데에서 출발하여야 할 것이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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