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할아버지가 4년간 병수발하던 치매 아내를 승용차에 태운 채 저수지로 뛰어들어 함께 목숨을 잃었다.
13일 오후 4시20분쯤 경북 청송군 부남면 국골저수지를 순찰하던 환경감시원 정모(65)씨는 저수지에 승용차 한 대가 빠져있는 것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수심 3m 가량의 저수지 안에 빠져있는 승용차 안에서 이 마을주민 이모(87)씨와 부인 채모(83)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이씨는 치매에 걸린 아내가 자식들에게 짐이 될 것을 우려, 지난 4년 동안 직접 병수발을 해 왔다.
할아버지는 자식에게 쓴 것으로 보이는 A4용지 1장 분량의 유서에서 '미안하다.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다. 너무 힘들다. 둘이 함께 가는 것이 행복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씨는 4년 전 건강검진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다. 채씨는 정상인과 다름없이 생활했으나 저녁이면 가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등 치매 증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절대 요양원에는 절대 갈 수 없다는 아내의 말에 혼자서 병 간호는 물론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했다고 한다.
경찰관계자는 "이씨가 경제적으로 풍족한 편이고 자식들도 효도했지만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날 경우 아내가 요양원에 가는 상황을 막고 자식들의 부담도 덜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송=전준호기자 jhjun@hk.co.kr
이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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