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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Bamboo basket can’t carry water.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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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Bamboo basket can’t carry water.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입력
2013.05.1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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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으로 한국 뉴스가 세계 뉴스가 되었다. 그 용어조차 생경한 성추행은 1970년대 초에 생긴 것으로 40년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말로 '성희롱 - 성추행 - 성폭행'으로 단계가 구분되는 것처럼 영어에서도 용어가 다르다.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를 놀리거나 차별하는 것이 '성희롱'(sexual harassment)이라면 고의로 신체적 접촉을 하며 거부감을 준다면 '성추행'(sexual assault)이 되고 강제적 성관계는 '성폭력'(rape)이다. 이번 사건은 강제적 신체 접촉이기 때문에 sexual harassment로 보도가 되고 미국 경찰에 신고된 내용 'He grabbed my buttocks without my permission'을 보아도 강제성이 드러나 있다.

윤 전 대변인(spokesman)은 자신이 미국 문화를 잘 몰라서 발생한 것처럼 변명을 하지만 성추행은 세계 어딜 가나 처벌받는 범법 행위다. 문화의 차이나 상대적 관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천재 과학자 Einstein은 '상대성 개념은 물리학에서나 나오는 얘기지 윤리에 적용하는 게 아니다.'(Relativity applies to physics, not ethics.)라고 말했다. 시중에서는 지금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고 말하는데 영어에도 유사한 말이 몇 가지 있다. 'The rotten apple injures its neighbors.'는 '썩은 사과 하나 때문에 사방이 오염된다'는 말과 'One scabbed sheep will mar a whole flock.'(옴이 옮은 양 한 마리가 전체를 오염시킨다)는 말 모두 유사한 뜻으로 통한다.

이런 사건을 접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 한 가지는 고위 공직자나 위정자의 각 개인의 인품과 품격이 얼마나 중요한지 하는 문제다. '기본이 되어야 한다'(Integrity is doing the right thing, even if nobody is watching.)는 격언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중요 자리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품격'(integrity)을 포기한 것이다.

품격은 'Integrity has no need of rules.'(법 없이도 살 수 있는 기준)을 말한다. 우리는 생선은 머리가 맛있다며 어두육미(魚頭肉尾)를 말하지만 영어에서는 'Fish begins to stink at the head.'라는 말이 주의를 환기시켜 준다. 생선은 머리부터 썩는다는 것인데 권력층과 기득권이 먼저 부패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어떻게 새는 바가지를 들고 밖에 나가게 되었는지 참으로 아쉽고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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