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사건' 발생 1주일이 다 되어가는데도 대체적 윤곽만 드러났을 뿐 구체적 전모는 여전히 흐릿하다. 성추행 의혹의 진상부터 피해 여성 주변의 이야기와 윤 전 대변인의 해명 내용이 너무 다르다. 그가 서둘러 귀국길에 오른 경과도 그의 주장과 이남기 홍보수석의 발표 내용이 크게 어긋난다. 아울러 사건 직후 주 워싱턴 한국문화원 측의 사건 무마 내지 은폐 기도가 누구의 지휘로 이뤄졌는지도 불확실하다. 안 그래도 국민적 호기심과 공분을 자극하는 정치 권력 주변의 비행(非行)과 성 문제가 함께 뒤엉켜 온갖 소문이 난무할 터에, 정부의 공식 견해마저 없어 추측과 비난, 야유를 부채질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어떠한 사유와 진술에 관계없이 한 점 의혹도 없이 철저히 사실관계가 밝혀지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성추행 사건 자체, 무마ㆍ은폐 시도, 윤씨의 조기 귀국 등 핵심 의문점에 대해 낱낱이 밝히겠다는 다짐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박 대통령의 이런 다짐을 이행하는 의미에서라도 하루 빨리 주미 대사관의 현지 조사와 국내 조사 결과를 통합해 내놓아야 한다.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이고, 현지 경찰이 조사하고 있는 사건이라는 형식 논리로 미룰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미 윤곽을 드러낸 성추행 의혹의 실상부터 밝혀야 한다. 운전기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윤씨와 피해 여성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튿날 새벽의 사건이 단순히 알몸 노출에 따른 성희롱인지, 강제추행이나 성폭행 기도로 이어졌는지 정도는 그리 어렵잖게 파악할 수 있으리라 본다. 당사자들의 주장이 엇갈리더라도 호텔의 폐쇄회로 영상이나 피해자 주변의 증언에 대한 정보를 통해 충분히 합리적으로 사실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이 중죄인지, 경죄인지가 '고위공직자의 부적절한 처신'에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지만, 후속 의문점인 워싱턴 한국문화원의 사건 무마ㆍ은폐 기도, 조기 귀국 경과에 대한 궁금증의 농도와 색채는 적잖이 달라질 수 있다. 국제적 망신이야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지만 정부의 무능까지 새로 덧붙일 수야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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