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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 자율협약 '단비'에 급한 불은 껐지만…

입력
2013.05.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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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TX그룹에 대한 채권단 지원이 극적으로 이뤄졌다. 지주회사인 ㈜STX에 대한 자율협약에 채권단 소속 금융기관들이 동의한 것. STX그룹으로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으나, 혹독한 인적 구조조정 등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STX 채권단 소속 금융기관들은 이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율협약 동의서를 일제히 보냈다. 또 만기가 돌아온 ㈜STX의 회사채 2,000억원에 대한 결제 대금과 이달에 사용할 긴급 운영자금 1,000억원 등 3,000억원을 지원하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우선 산은이 3,000억원을 일괄 집행하고 나머지 채권금융기관이 STX에 대한 채권 규모에 비례해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자율협약에 참여한 채권금융기관은 산은(44.9%), 우리은행(25.7%), 농협은행(16.8%), 신한은행(8.8%), 정책금융공사(3.8%) 등 5곳이다.

당초 채권 금융회사들은 ㈜STX에 대한 회사채 지원에 부정적이었다. 은행 여신과 달리 투자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회사채로 지원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회의론과 기업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 또 STX조선해양 중심으로 기업 구조를 재편하기로 방침을 정해놓고도 지주회사인 ㈜STX를 지원하는 것은 강덕수 회장의 경영권만 보존해 주는 조치라는 불만도 거셌다.

하지만 ㈜STX가 회사채를 막지 못해 끝내 부도 상황에 몰릴 경우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어 자율협약 체결과 긴급자금 지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재계 서열 13위의 STX그룹이 무너질 경우 발생할 파장이 부담스러운 정부가 채권단에 지원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도 작용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채권은행 관계자들을 불러 자율협약 체결을 권했다"며 "정부로서는 정권 초 대기업이 도산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날 자율협약이 타결되고 긴급자금 지원도 이뤄지면서 STX그룹은 큰 고비를 넘기게 됐다. 오는 16일로 동의서 제출 기한을 정한 STX중공업과 STX엔진의 자율협약도 무난하게 타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단 소나기는 피했으나 문제는 여전히 기업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은 걷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장 고비는 채권단의 실사다. 채권단은 실사단을 꾸려 다음주부터 최대 3개월간 ㈜STX에 대한 실사에 들어간다. 채권단은 실사를 통해 추가 자금지원의 필요성, 상환 가능성 등을 따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른 부실이 드러날 경우 자율협약이 깨질 가능성도 높다. 류희경 산은 부행장은 지난 3일 "실사에서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많아 지원을 더 하더라도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자율협약을 중단한다"고 밝혔었다.

STX도 인력감축, 임금삭감 등 강력한 자구노력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프랑스 핀란드의 해외조선소를 매각하는 등의 방안이 진행되고 있지만 조선업 경기침체로 자금유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인적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구조조정이 이뤄지더라도 업황이 회복되지 않으면 경영 정상화는 요원하다. 특히 최근 엔저 지속이 국내 조선업계에 독약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연평 엔ㆍ달러 환율이 달러 당 100엔, 원ㆍ달러 환율은 1,100원이 됐을 때 조선업종의 영업이익은 1조8,000억원이 감소한다. 더 나아가 달러 당 110엔, 1,000원이 될 경우 영업이익 감소폭은 5조2,00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STX조선해양을 중심으로 기업을 재편하려는 STX그룹에게 또 하나의 강력한 악재가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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