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5월 15일] 국가장학금, 대학개혁과 연결돼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5월 15일] 국가장학금, 대학개혁과 연결돼야

입력
2013.05.14 12:00
0 0

오늘은 '스승의 날'이지만, 우리 사회 부모와 대학생, 솔직히 너무 힘들다. 2007년 665조에 달했던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작년 말에는 959조원, 여기에 자영업자 대출까지 포함하면 1,00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에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세계 15위의 경제 규모를 가진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 수준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는 '미친 등록금의 나라'라는 오명까지 얻게 되었다. 우리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라, 과거에는 우골탑이라고 하더니, 요즘은 대학등록금이 부모들의 뼈마디가 부서질 정도로 살인적이라는 의미로 인골탑이라는 말이 더 많이 회자된다.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정부 정책이 바로 '국가장학금'이다. 이는 정부가 학생들의 소득 수준에 따라 직접 차등 지원하는 유형과 각 대학의 등록금 인하 및 장학금 확충 노력과 연계하여 지원하는 유형, 두 가지로 구분된다.

박근혜정부의 국가장학금 정책은 학생과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을 경감함과 동시에 사회적인 형평성 문제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교육부 정책과 비교하여 진일보한 건 분명하다. 다만 이 제도를 둘러싼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제도 보완이 요구된다.

첫째, 국가장학금과 대학의 자발적 교육투자 노력 간의 연계성을 강화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장학금 제도는 등록금을 납부할 여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교육을 계속 받을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등록금에 의존하여 운영되는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마디로 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들 역시 국가장학금의 혜택을 받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체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국가장학금으로부터 혜택을 받는 대학들도 그 혜택에 걸맞은 수준의 자체적인 교육투자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고, 교육부의 국가장학금 지원 또한 이러한 건전한 대학들에 집중되어야 한다.

둘째, 앞으로 대학의 자구노력이 직접적으로 반영된 지표가 대학평가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구조조정 및 대학 경쟁력 향상을 위한 대학 평가는 고등교육의 품질 향상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는 바, 국가장학금 제도는 양질의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국가장학금 제도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대학평가제도와 맞춤형 등록금 정책을 보다 긴밀히 연계시켜 국가장학금 지원이 대학들의 자체적인 투자 노력과 정비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셋째, 소득수준뿐만 아니라 국가장학금 지원을 받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장학금 제도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학점 기준에 의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국가장학금의 경우 저소득층 신청자 중 통과되는 비율이 80% 이상으로, 성적기준 때문에 저소득층 학생들이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으로부터 배제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그렇게 높지 않다. 또한 학생마다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대학이 그 사정을 판단하여 소득, 성적기준을 완화해서 장학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각 대학의 등록금 부담 완화 노력에 따라 저소득 계층 학생들이 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한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장학금 혜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장학금 지급을 통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향상까지 이룩되기 위해서는 소득수준과 학업성취도까지 연동된 정교한 국가장학금 설계가 요구된다.

국가장학금 제도는 단순히 학생과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만을 경감시키는 제도가 아니라, 대학개혁을 유도하고 대학교육의 품질 제고를 통한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제고로 연결되어야 한다. 국가장학금 제도가 우리나라를 '미친 등록금의 나라'에서 해방시키고, 나아가 국가경쟁력 제고의 핵심 도구가 되길 바란다. 대학의 경쟁력이 바로 국가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