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 법원이 13일 임신 6~8개월의 태아를 자궁 밖으로 꺼내 살해한 의사 커밋 고스넬(72)에 일급살인 평결을 내렸다. 낙태 찬반진영을 떠나 잔인한 시술에 여론이 경악하고 있다. 낙태 허용 국가도 대부분 자궁 밖에서 생존이 가능한 임신 6개월(24주)이 지나면 낙태를 금지한다.
필라델피아에서 16년간 여성병원을 운영해온 고스넬은 24주가 지난 태아를 출산시켜 신체를 가위로 자르는 등 엽기적인 방법으로 네 명의 아기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낙태 수술을 받던 41세 여성에게 마취제를 과다 투약해 사망케 한 혐의도 추가됐다. 이날 법원 배심원단은 태아 3명에 대해 고스넬의 유죄를 인정했다. 주법상 일급살인죄는 무기징역이나 사형에 처해진다. 미 연방대법원 판례에 따라 펜실베이니아주는 24주 이전의 태아에만 낙태 수술을 허용하고 있다.
병원 의료진의 증언에 따르면 고스넬은 임신 29주차였던 10대 미혼모의 태아를 유도분만으로 출산시켰다. 고스넬은 움직이는 태아의 척수를 가위로 잔혹하게 잘라 살해했다. 그는 수술하면서 “이 아이는 버스정류장에 걸어갈 수도 있겠다”고 농담까지 했다. 고스넬에게 낙태 수술을 받은 또 다른 여성은 자궁 경부를 확장해 아이가 나오도록 하는 약을 먹고 화장실에서 24주가 넘은 태아를 출산했다. 고스넬은 의료진에게 태아의 목을 자르라고 명령했다. 검찰은 고스넬이 이런 수법으로 수백 건의 낙태 수술을 했으며, 연간 180만달러의 불법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검찰은 고스넬의 병원을 ‘공포의 집’으로 묘사했다. 병원에서는 피가 묻은 의료기기가 여러 번 사용됐고, 자격증이 없는 의료진이 수술을 했다. 빈곤층 유색인종 여성들이 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보고서는 “겉은 멀쩡했지만 병원 안은 더럽고 피비린내가 진동했으며, 병원 곳곳에서 태아의 사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주 정부는 보건 당국 관계자 6명을 급파해 조사에 나섰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사회는 낙태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으로 퍼지는 등 확산하고 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태어나지 않은 아기만큼이나 허약한 존재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번 사건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낙태 반대 단체인 생명옹호를위한미국인연대(AUL)의 차메인 요스트 회장은 “이번 사건은 낙태가 곧 유아 살해임을 보여준다”면서 “여성의 고통을 담보로 하는 낙태 수술을 하는 의료기관을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낙태를 옹호하는 재생산권리센터(CRR)의 낸시 노덥 회장은 “규제를 강화하면 오히려 불법적인 낙태 수술이 더 많이 이뤄질 것”이라며 “불행히도 당국의 규제를 피하는 고스넬 같은 살인마가 더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낙태 옹호론자들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의료기관에서 낙태를 받도록 해준다면 여성들이 고스넬에게 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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