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가방 브랜드 쿠론이 디자인을 모방했다며 피에르가르뎅을 상대로 낸 부정행위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 가방이 국내 브랜드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사실을 법정에서 인정받은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쿠론을 판매하는 코오롱FnC 측은 지난 해 11월 피에르가르뎅에서 출시한 ‘피에르가르뎅 V4V’제품이 쿠론의‘스테파니와니’제품을 모방한 것으로 판단해 해당제품 판매를 중지할 것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이 받아들이지 않자 올해 1월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했으며, 최근 승소했다고 14일 밝혔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달 29일 결정문을 통해 “쿠론의 가방은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 이외에도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쿠론의 가방과 상대방의 가방은 전체적인 모양과 세부적인 형태가 동일 또는 유사하다”며 “이미 쿠론의 가방이 인기를 끈 뒤에 상대방이 판매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 쿠론의 가방형태에 의거해 제품을 제조 판매한 것으로 모방의사도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코오롱FnC의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광장의 이종석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부정경쟁방지법의 디자인침해 금지 규정에 근거해 해외 브랜드가 국내 브랜드의 침해를 인정한 거의 최초의 사건”이라며 “앞으로 해당 조항에 근거한 디자인 보호가 가능함이 알려져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쿠론은 석정혜 디자이너가 2009년에 시작한 브랜드로 2010년 코오롱FnC가 인수했다. 지난 해 45개 매장에서 400억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65개 매장에서 600억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이번 디자인침해에서 승소한 스테파니와니를 포함한 ‘스테파니백’은 지난해에만 5만2,000개가 팔린 대표상품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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