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10명 중 8명 이상이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한 이후 오히려 사안에 개입하기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교육시민단체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가 4월 8일부터 보름간 현직 교사 1,007명(전교조 조합원 709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시행 1년 4개월 된 학교폭력대책의 대부분이 학교폭력 예방에 도움이 안 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학교폭력 가해사실의 학생부 기재에 대해서는 70.4%의 교사들이 부정적이었다. 형평성 문제(93.9%), 교사의 개입을 오히려 어렵게 한다는 점(86.5%), 가해학생의 보복(82.4%) 등이 부정적 평가의 이유였다. 일벌백계를 통해 학교폭력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답한 교사는 25%에 그쳤다.
또한 일회성에 그치는 인성교육(95.4%)은 물론, 복수담임제(84.6%), 학교폭력전수조사(79%), 정서행동반응검사(68.1%) 등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학교폭력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가ㆍ피해 학생에 대한 치유 대책인 위(Wee)클래스 설치 및 상담사 배치만 절반이 넘는 교사(65.5%)가 긍정적으로 평가했을 뿐이다. 결국 교사들은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엄벌 정책보다 가∙피해자를 아우르는 치유 대책이 유용하다고 본 것이다.
교사의 대부분(95.9%)이 과밀학급이나 행정위주의 학교운영 시스템 등 학생교육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교육환경을 학교폭력 증가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조모 교사는 “담당 교과 수업을 주당 18시간하면서 하루에만 공문을 3,4건 처리하고 있다”며 “수업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가장 기피하는 생활지도부는 새로 발령받아 온 교사들에게 떠넘겨진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학교폭력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으로 학생 상담 시간 확보를 위한 교원업무 정상화(99%), 학급당 학생 수 축소(96.1%), 정규 교육과정에서 교사의 생활교육, 학생자치활동 시간 보장(95.7%) 등을 꼽았다. 조영선 전교조 학생인권국장은 “교육부가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을 남발하면서 정작 학교폭력으로 인한 학생들의 상처와 고통을 돌아보지는 못한 채 징계로 마무리되는 사법적 과정에만 급급한 1년이었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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